이번 대선에서도 동서 표갈림 현상이 재연됐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호남에서 90% 이상의 몰표를 받았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역시 영남지역에서 70%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노 당선자의 경우 광주에서 95.2%, 전남에서 93.4%, 전북에서 91.6%를 얻는 등 15대 대선때 김대중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광주 97.3%, 전남 94.6%, 전북 92.3%)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광주 3.6%, 전남 4.6%, 전북 6.2% 등 한자리수 득표에 그쳤다.
이같은 현상은 영남지역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이 후보는 대구에서 77.8%, 경북에서 73.5%를 얻은 반면 노 당선자는 18.7%와 21.7%에 그쳤다. 이는노 당선자의 지역별 득표율 가운데 최저이다.
부산과 경남도 이 후보에게는 각각 66.7%와 67.5%의 지지를 보냈으나 노 후보는29.9%와 27.1%를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노 당선자가 부산에서의 득표율 목표를 30%로 잡았던 점을 감안하면 나쁜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11.4%를 얻은 권영길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표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이 후보가 52.9%를 얻었고 노 당선자는 35.3%를 얻었다. 이같은 동서 양분현상은 이번 대선전을 결국 다른 지역,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누가 더 많은 표를 얻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임으로 만들었다.
노 당선자는 서울에서 48.9%, 경기에서 50.7%, 인천에서 49.9%를 얻어 세지역에서 모두 이 후보를 눌렀다. 이 후보는 이들 지역에서 45.0%, 50.7%, 44.5%를 얻는데 그쳤다. 충청권 역시 노 당선자가 대선에서 55.1%로 39.8%의 이 후보를 누른데 이어 충남과 충북에서도 52.2%와 50.4%로 이 후보보다 많은 지지를 보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 지역별 득표분석
이번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이외의 지역으로 지지세를 확대하는데 성공한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이에 실패했다. 노 후보는 광주(95.2%)와 전남(93.4%), 전북(91.6%) 등 호남 지역에서 예상대로 압승을 거둔 것은 물론 인구밀집지역인 서울(51.3%), 경기(50.7%), 인천(49.9%) 등 수도권과 대전(55.1%), 충남(52.2%), 충북(50.4%), 제주(56.1%) 등 총 10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이는 15대 대선때 김대중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노후보는 부산(29.9%), 대구(18.7%), 울산(35.3%), 경북(21.7%), 경남(27.1%) 등 영남지역에서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득표율을 상회하는선전을 했다.
결국 노 후보는 영남지역과 강원 등 전국 6개 시.도에서 이 후보에 뒤졌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는 많은 표를 얻은데 이어 영남지역의 절대 열세를 호남지역의 절대 우세로 상쇄시키면서 승부를 결정하는 수도권에서 이김으로써 승리를 굳힌 것이다.
반면 이후보는 부산(66.7%), 대구(77.8%), 울산(52.9%), 경북(73.5%), 경남(67.5%) 등 영남지역에서 압승을 거뒀으나, 우세로 예상했던 충북지역에서 패한데 이어 수도권에서 노후보에 뒤짐으로써 고배를 마셔야 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TV토론에서의 선전으로 한때 8~9%까지 지지율이 상승했으나 실제 투표에서는 사표방지 심리가 작용하면서 3.3% 득표에 그쳤다.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 후보는 6선의원에 총리까지 지낸 경력에도 불구하고 0.2%의 저조한 득표에 그쳐 향후 정치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호국당 김길수 후보는 0.1%의 득표에 그쳤으며 사회당 김영규 후보 역시 0.1%의 득표에 그쳐 아직 혁신정당이 자리잡기에는 우리 정치토양이 너무 척박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 대구·경북 득표 분석
제 16대 대선에서도 대구.경북의 표심은 역시 변함없는 '한나라당 지지'로 나타났다. 노무현.이회창 두 후보의 16개 시.도별 득표율을 보면 대구와 경북에서 이 후보 득표율은 78%와 74%로 나란히 전국 1, 2위를 기록했다.
역으로 노 후보 지지율은 대구 19%, 경북 21.65%로 전국 최저치를 나타냈다. 투표 결과만을 놓고 보면 지난 6.13 지방선거와 2000년 총선때와 같은 한나라당 몰표 현상이 그대로 재현됐다.
특히 TK정서를 대변하는 대구 중구와 수성구의 이 후보 득표율은 80%로 역대 최고치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같은 이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15대 대선때 대구 72.7%와 경북 61.9%에 비해서도 높아진 수치며 노태우 후보가 출마했던 지난 13대 대선 지지율 80%대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결국 한나라당이 대구.경북 공략을 위해 내걸었던 노 후보의 DJ양자론과 부패정권 심판론이 적어도 지역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또 이러한 결과는 투표 이전 여론조사 기관이나 두 후보측이 내놓았던 예측과 거의 비슷하다. 즉 요동치는 표심의 흔들림 속에 대구.경북만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지만 민주당 노 후보의 지역 득표력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국민회의를 포함 민주당 후보가 지역에서 평균 2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상대적으로 김대중 후보가 지역에서 많은 득표(대구 12.5%, 경북 13.7%)를 얻었던 지난 97년 대선과 비교해도 상당히 올라간 수치다.
결국 지역에서도 노 후보가 내세운 서민 대통령과 세대교체론이 일정 부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대구에서는 젊은 세대 거주 비율이높고 공단 지역인 달서구와 북구, 달성군 등지의 노 후보 지지율이 20%에 달했으며 경북에서는 구미(23.16%)와 포항(22%)에서 높은 득표율을 나타냈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울진.영양.청송 지역에서도 노 후보 지지율이 25%대를 넘어섰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 투표율 왜 낮았나
제 16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70.8%로 역대 대선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대선 투표율이 80% 이하로 떨어지기는 지난 71년 제 7대 대선(79.8%) 이후 처음으로 지난 97년 15대 대선때의 80.7%와 14대 때의 81.9%에 비하면 무려 10% 가량 급락한 수치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떨어진 원인으로 막판까지 전체 유권자의 20%를 상회했던 부동층의 상당수가 무투표층으로 이어진데다 투표일 직전 통합 21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양강 구도로 펼쳐진 것도 투표율 저하의 한 가지 요인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27일 공식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각 여론 조사기관들의 조사결과 부동층의 비율은 계속 20%대를 넘어섰으며 투표 막판까지 이러한 부동층의 비율은 그대로 유지됐다.
선거 기간중 실시된 역대 대선 여론조사에서 부동층 비율이 막판까지 20%대를 넘나든 것은 처음이다. 결국 부동층의 상당수가 투표일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채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예측된다. 또 정 대표의 막판 노 후보 지지철회로 정 대표 지지표의 기권과 부동층의 투표참여 의욕을 약화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다 역대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노출됐던 지역주의 구도가 정서상 완화된 것도 한가지 원인으로 꼽힌다.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으로 나온 탓에 영.호남 전 지역에서 투표율 저하 현상이 나타났으며 JP가 빠진 충청권은 66%대로 전국 최저 투표율을 나타냈다.
또 3자 대결 구도로 팽팽하게 진행된 13.14.15대 대선에 비해 양자 구도로 선거가 진행된 것도 투표율 저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박정희.김대중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71년 제 7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79.8%로 그전 선거에 비해 7~10%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한편 조직과 동원에 의한 '물량선거'가 퇴조했다는 정치문화의 변화와 정치적 의사표출 수단으로서 선거가 갖는 비중이 축소된 점도 지적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과거 선거와 달리 동원에 의한 투표가 사라지고, 정책 중심의 합리적 투표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협 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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