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002-올해의 현장 결산 방담

입력 2002-12-19 14:38:00

임오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도 숱한 일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여름 '대한민국'의 붉은 함성에서부터 겨울 촛불시위까지 우리를 들뜨게하고 분노케한 일들도 이제 역사 속으로 묻히고 있다.

IMF의 터널을 막 지나오면서 우리의 삶의 현장도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태풍 루사 피해와 서해교전, 북핵(北核)문제의 파장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삶의 현장을 지켜본 특집기획부 '현장 2002'취재팀의 방담을 통해 올 한 해를 정리하면서 새해 '현장 2003'에선 보다 희망찬 내용을 많이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올해만큼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해는 드물 것입니다. 대선과 지방선거, 태풍 피해, 여중생 사망사건, 개구리 소년, 각종 게이트, 북핵, 서해교전 등 숱한 사건들이 터져나왔죠.

-해외서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사태, 최악의 기상이변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잇따라 지구촌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습니다.

-요즘 우리나 일본 등지에서 '올해의 단어'가 크게 유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올해만큼 후보에 오른 단어들이 다양했던 해도 많지 않았어요. 더욱이 엇비슷한 비중을 가진 단어들이 많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헤드라인을 좌우할만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어요. '현장 2002'도 자연히 큰 사건들에 초점이 맞춰졌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현상과 풍조를 대변할만한 일들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6월 한달동안 한반도를 들썩인 '월드컵'이 아주 인상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붉은악마'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응원의 함성이 전국을 뒤덮었죠. 이만큼 우리의 역동적인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 기회는 없었다고 봅니다. 대구의 붉은악마들의 활동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고 가슴 뿌듯했습니다.

-월드컵은 우리의 시민의식을 성숙시키는데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밝고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지만 어두운 면도 많았지요. 월드컵 기간중에 일어난 여중생 사망사고가 연말로 가면서 더욱 큰 국민적 운동으로 확대됐죠.

-그런 분위기속에 대구 미군부대 주변을 취재했는데 이 사건을 보는 미국의 무성의와 오만함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라크 사태에서 보듯 미국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납득하기 힘든 것입니다. 초강대국의 모순과 불합리가 느껴집니다. 전 세계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미국내에서조차 미국의 오만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느 정도 되살아났다고 하지만 가계의 주름살은 여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신용카드 연체로 인한 신량불량자와 개인 파산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자연히 대박을 꿈꾸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복권 등이 관심을 끈 한 해였습니다.

-구직난이 여전히 심각해서 취업 경쟁에 새로운 풍속도도 나타나고 있죠.

-능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외모지상주의가 취업 전선에서 만연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취업전선에서 성차별에서 외모차별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취업성형)이 당연시되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인업체가 외모를 중시하다보니 실업계 여고생의 경우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따라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복권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경기가 회복되고 가계 소비가 늘었다고 말하지만 복권외엔 희망을 걸 곳이 없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행심을 넘어 어디에도 기댈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가망없는 바람이라고 할까요. 단순히 사행심으로 치부하기는 곤란할 정도로 대박에 미래를 맡기는 사람들의 운명에 우리 사회도 책임을 느끼고 대책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초등학교 진입로의 안전불감증은 정도를 넘어섰지만 당국은 외면하고 있고 그런 현장은 곳곳에 있고 취재기자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태풍 루사의 피해는 엄청났지요.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재기 몸부림도 눈물겨웠습니다. 아직도 그 상흔이 많이 남아있는 실정입니다.

-큰 피해를 입은 김천 수해지역에는 삶의 의지가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수십년래 최악의 재앙 앞에서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을망정 주저앉아 있지 않고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현장2002팀의 취재를 전후해 많은 언론들이 태풍 루사가 지나간 현장을 보도했지만 모두 '눈물' 묘사에 그친 감이 있습니다. 우리 취재팀이 수재민들의 몸부림에서 눈물뿐 아니라 희망을 본 것은 큰 수확입니다.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의 활동도 분주해져서 우리가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 취재에 나섰었죠.

-예전보다 금권, 혼탁 양상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선거문화는 앞으로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유권자들이 혈연과 지연, 학연 등 연고(緣故)를 지지자 선택기준으로 삼는 경향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목격한 각종 문제점들은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개선의지가 높아질 때 조금씩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새해 '현장 2003'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만납시다.

현장2002 취재팀=서총철 차장, 노진규 차장대우, 송회선 차장대우, 조두진 기자

정리=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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