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가운데 이 열기를 바탕으로 시민프로축구단 창단 작업에 불이 붙었다. 3선에 강한 의욕을 드러내던 문희갑 전시장이 뇌물수수사건에 휘말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출마한 가운데 관선 시장을 지냈던 조해녕씨가 민선3기 시장에 취임했다. 올해 대구에서 일어난 주요 행정 업무를 결산해본다.
◇지방선거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구는 시장과 중.서.남구청장이 바뀌었다. 조해녕 전시장과 이재용 전남구청장이 맞붙은 대구시장 선거에서는한나라당 바람을 등에 업은 조전시장이 당선됐다. 구청장들도 모두 한나라당 소속으로 바뀌었으며 대구시의원 27명 가운데 26명이 한나라당 당적을 보유중이다.
조시장이 취임 후 가장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부채줄이기. 2005년까지 매년 갚아야 할 돈이 5천억원을 넘어서서는 아무런 사업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조시장은 SOC 건설사업을 비롯,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백지화 시키는 대신 계속 투자사업은 마무리 위주로 새로 짰다.
조시장은 문전시장이 추진한 정책 유지하기보다는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전임시장이 추진했던 대구경제활성화계획의 근간이 대구 실정에 맞지 않다는 판단 아래 대구장기발전계획 및 대구산업발전기본계획을 새로 만들고 있으며 자신이 추진할 중점 사업으로 낙동강 프로젝트를 들고 나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조시장은 올해까지는 대구 화합을 위한 혁신프로젝트를 완성시킨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시정을 편다는 계획이다.
◇문시장 퇴진
3선을 노리던 문희갑 전시장이 선거비자금 조성설에 휘말리면서 검찰 조사를 받다가 결국 도중 하차했다. 문전시장은 1995년 7월 민선1기로 시장에 취임한 이후 의욕적인 추진력으로 대구의 탈바꿈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너무 강한 소신을발휘한 나머지 지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난도 없지 않았으나 대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것만은 시청 공무원이나 관가 주변에서 인정하고 있다.
당장 대구가 발전하기 보다는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략 아래 도로건설,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월드컵경기장 건설 등 굵직굵직한 SOC 사업들을 추진했다.
민간기업의 투자로 이뤄지긴 했지만 두류공원야외음악당, 오페라하우스 등은 문전시장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얘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대형 투자사업을 하면서 대구시가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되는 바람에 고스란히 후임자의 부담으로 떠넘겼다는 비난도 받는다.
◇위천공단 포기
대구 발전의 발목을 붙잡은 것 중 하나가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 문희갑 전시장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했고 대구는 범시민적인 차원에서 이를 추진했다.위천단지가 조성되면 첨단업종.대기업 유치는 물론 대구시내에 산재한 각종 공단을 정비할 수 있어 대구경제에 엄청난 활력소가 될 것이란게 대구시 및 각종 연구기관한결같은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부산.경남지역의 선 낙동강 수질 개선 논리에 부딪혀 7년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5년전 후보시절 취임 6개월이내 위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으나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더 이상 위천에 매달리기 보다 발전적인 대체 전략 마련에 들어가 이곳에 e밸리를 조성하는 것을 비롯, 현풍신도시, 대니산 지역을 묶어 테크노폴리스로 만드는 작업을 공식 발표했다.
테크노폴리스가 만들어지면 첨단업종이 집중 유치되고 휴양.오락시설이 들어서 대구의 부가가치 생산은 위천에 못지 않은 수준이 될 것으로 대구시는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위천공단을 포기함으로써 대구는 기존 서대구공단 및 3공단 이전 계획을 백지화 시키고 이곳을 도시형 첨단산업기지 및 신공단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산업입지기본계획을 전면 새롭게 수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월드컵축구 성공적 개최
지난 월드컵 경기에서 대구는 3.4위전을 포함해 국내 어느 도시보다 많은 4경기를 개최했다. 더욱이 3.4위전에는 우리나라가 진출해 대구는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도시가 됐다.
대구가 가장 많은 경기를 연 것은 전국 최대 관중(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월드컵경기장을 지었기 때문. 하지만 2천800억원을 들여 건설한 대구경기장은 유지 보수비용만 연간 4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등 특별한 활용대책이 없는 한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대구는 지난 월드컵 때 국채보상공원, 시민운동장 야구장, 두류공원, 전시컨벤션센터 등을 개방해 길거리 응원전을 펼쳤으며 특히 대구 사상 처음으로 범어네거리를 막고 길거리 응원전을 전개해 30만명의 시민들이 몰리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구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월드컵대회 준비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도시로 선정됐다.
◇대구시민프로축구단 점화
대구시는 월드컵 열기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출자하는 형태의 프로축구단을 만들기로 하고 상공인들이 주도해 프로축구단 창단을 결의했고 지난 10월에는 법인을 출범시켰다. 현재 100억원 가량의 기금이 조성됐으며 내년부터 K리그에 참여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박종환 감독 지휘하에 선수 선발 작업이 한창이다.
이 축구단은 처음에는 명칭을 대구 이글스로 했다가 팬들의 반발로 다시 대구FC로 이름을 바꾸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대구시와 대구시민구단은 시민 한명당 10만원씩 10만명만 참여하면 성공적인 구단이 될 수 있다는 계획하에 모금에 나섰지만 아직 참여 열기가 적어 고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까지 모금액을 할당하는 바람에 학부형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구6개 하수종말처리장 고도처리시설 완공
대구시는 국내 최초로 하루중 발생하는 하수 전량(186만2천t)을 고도처리하는 시설을 지난 6월 완공했다. 총 4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구지역 6개하수종말처리장 중 북부처리장이 지난해 10월 가동된데 이어 나머지 5개 처리장(달서천, 신천, 서부, 지산, 안심)도 6월부터 본격 가동된 것.
대구지역 하수종말처리장은 서울 등 타지역의 2차처리(생물학적 처리)보다 한단계 발전된 고도정수방식으로 건설된 점이 특징. 고도 정수방식은 하천생태계에 큰 영 향을 미치는 질소와 인이 완전 처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질소와 인은 하천의 녹조 현상을 일으키며 물이 썩고 악취가 나게 하는 주범이다.
그러나 오폐수를 분리 수거하는 하수관거 설치는 등한시 한 채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에만 주력, 과잉투자를 했다는 논란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구수목원 완공
대형 쓰레기 매립장이 수목원으로 변모해 시민 휴식공간 역할은 물론 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410만t의 생활쓰레기가 매립돼 있던 이곳은1990년부터 10년동안 방치돼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을 겪게 했던 지역이었으나 대구시가 지하철공사장에서 나오는 잔토를 활용, 평균 6~7m 가량 복토해 지난 3월 수목원 조성을 마쳤다.
이곳에는 40여종 300점의 분재를 관람 할 수 있는 분재원, 200여종 2천그루의 선인장을 보유하고 있는 선인장온실, 250여점의 수석이 전시되어 있는 수석전시관을 비롯하여 화목원, 약용식물원, 습지원, 방향식물원 등 21개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00여종 6만 그루의 나무와 900개 화단에 800종 13만포기의 초화가 관리 운영되고 있다.
또 시민들의 헌수에 의해 조성된 기념식수동산을 이용, 기증받는 수목을 잘 관리 유지하여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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