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일인 19일 새벽부터 많은 시민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최고령 할머니에서부터 젊은이까지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 그러나 오전 투표율이 낮아 선관위를 긴장시켰으며, 정몽준 대표의 새 발표에 시민들은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정몽준 대표 이야기 만발
○…영주 휴천2동 제2투표소에서 한 비구니(44)는 "밤 사이 정몽준 대표의 지지 철회라는 큰 변수가 발생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네것 내것 찾는 모습이 심경을 착잡하게 만든다"고 했다. 봉화군 봉화읍 제3투표소에서 만난 박모(32)씨는 "세계 올스타팀과 축구 중계를 보려고 일찍 일어나 투표했지만 정 대표 소식을 듣고 또 한번 정치권에 실망했다"고 했다.
○…포항 대흥초교, 지곡초교 투표소 등에는 유권자들 상당수가 아침 일찍 이 소식을 모르고 나왔다가 뒤늦게 듣고는 "정말이냐"고 확인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포항시립도서관 투표소 근처에서는 일부 정당원들이 잡담하는 척하며 이 소식을 흘리자 일부 유권자들이 "왜 투표소 근처에서 그런 말을 하느냐"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 월성2동 제5투표소에서 박모(48)씨 등 5명은 한결같이 "불신과 배반을 밥먹듯 하는 사람들이 국가 원수 될 자격이 있느냐"고 개탄했다.
○…영천의 한 유권자는 정 대표때문에 투표 대상을 바꿨었다는 한 유권자가 기권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예천읍 노하리 제1투표소 김모(42)씨는 아예 기권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새벽부터 투표소로
○…투표 시작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새벽 5시40분쯤부터 대구 평리3동 투표소에는 주민 행렬이 이어졌다. 대구 봉덕1동사무소 투표소에도 유권자들이 줄을 서 투표 시작을 기다렸고, 대구 진천동 제6투표소에도 새벽 5시50분부터 5, 6명이 나와 기다렸다. 주민 김희석(57)씨는 "투표하고 등산 가려 일찍 나왔다"며 "경제는 물론 정치도 살아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 고산1동 투표소에 새벽 일찍 나온 류일하(78)씨는 가장 먼저 투표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류씨는 "선거 때마다 가장 먼저 투표해 왔다"며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데 이 정도 적극성은 보여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구 봉덕3동사무소 투표소에는 3대에 걸친 가족이 함께 찾았다. 이구관(87).석소인(78)씨 부부는 딸.사위.손녀들과 함께 오전 7시10분쯤 투표를 마쳤다. 의성 금성파출소는 김성규(81).조용조(82) 할아버지와 주갑덕(81) 할머니를 112순찰차로 태워 투표토록 도왔다.
○…대구에서 제일 먼저 투표를 마친 곳은 서구 내당1동 제4투표소인 애락원. 이곳 유권자는 모두 39명으로 오전 9시20분쯤 투표를 모두 마쳤다. 경북도내 총 991개 투표구 중 선거인수가 132명(부재자 1명 포함)으로 가장 적은 봉화군 재산면 갈산2리 투표소에는 오전 9시까지 33명이 투표했다.
◇화제의 투표자
○…이번 대선 유권자 중 대구 최고령자인 함만복(110) 할머니는 오전 10시쯤 수성4가동 제1투표구에 혼자 나와 투표했다. 할머니는 "혼자 투표소에 오느라 힘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후보를 요량껏 찍었다"며 "주민등록상 110세이지만 실제로는 2, 3살 적다"고 했다.
대구 남구 최고령 유권자는 이천동 제2투표소 100세 이덕로 할아버지의 부인 정인이(75)씨는 "실제보다 나이가 더 많게 돼 있어 최고령자가 된 것 같다"며 "오후쯤 모시고 투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북구 남자 최고령자 이목성(100) 할아버지는 오전 7시쯤 침산1동 제2투표소에서 '연륜있는 한표'를 던졌다.
달성군 최고령 유권자인 박달막(104·유가면 음리) 할머니는 평생 선거 때마다 꼬박꼬박 투표장을 찾았으나 이번엔 몸이 불편해 거소투표로 대신했다.
○…대구 동인 1.2.4가동 제1투표소에 사냥견 '요셉'을 데리고 나온 조선영(25)씨는 "평소 오전 6시부터 30분 동안 애완견을 훈련시켜 왔다"며 "애완견도 투표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군위 고로면 양지리 주민 50여명은 2, 3명씩 조를 나눠 오전 6시부터 투표소에 나가 지난 17일 구속된 '화북댐 백지화 투쟁위원회' 간부 3명의 조기석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상주에서는 지난 8월6일 북한에서 이주해 온 이모(34.여.서성동)씨가 오전 9시쯤 계림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이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해 기쁘다"고 말했다.
○…청도 운문사 학인 등 270여명의 비구니들은 오전 9시쯤 단체로 버스를 타고와 투표했다.
◇투표장 불편.마찰
○…울릉군내 7개 투표소에는 민주당 투표 참관인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투표가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지난 밤 내부 분열 때문에 참관인들마저 포기한 것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대구 침산3동 제2투표소에는 투표소라는 안내표지판조차 나붙지 않고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 무렵엔 운동장 건너편 투표소 불빛까지 잘 보이지 않아 투표소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일부 유권자들의 불만이 터졌다. 오전 7시쯤 투표를 한 이 동네 주민은 "이사온 지 얼마 안돼 이 동네의 고정 투표소를 잘 모르는데 새벽에 나와보니 안내표지판조차 미비했다"고 했다.
○…대구 칠성2가 김재석(35.자영업)씨도 투표장소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매일신문사에 불편을 호소했다. 선관위가 보낸 안내문에는 ㄷ산업으로만 표기가 돼 있는데 동네주민들에게 물어봐도 위치를 모르고 전화번호도 나와 있지 않다는 것.
그는 "안내문에 투표장의 약도를 그려넣든지 아니면 전화번호라도 적어놓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선관위가 투표율을 높이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봉덕3동사무소 제1투표소에는 오전 8시30분쯤 시각장애인 가족이 점자를 읽을 수 없다며 대신 투표 허용 여부를 문의했다. 긴급히 남구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이런 경우 장애인이 지명한 2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투표가 이뤄졌다.
◇투표 못한 사람들
○…대구 평리3동 투표소엔 집행유예 중인 우모(67)씨가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다. 선거법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없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나왔던 것. 우씨는 "투표 안내문이 오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며 "선거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대구 최고령자인 칠곡1동 박무순(124세) 할머니는 기력 쇠진으로 투표에 불참했다. 칠곡1동 4투표소에서 투표한 며느리 백태선(63)씨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는 편찮으신데도 투표장까지 갔다가 기력 부족으로 포기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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