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간의 팽팽한 접전양상으로 진행되던 대선구도가 막판 '노-정연대 파기'로 급변했다.
공식선거운동종료를 1시간 반 가량 앞둔 18일 밤 10시20분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가 노 후보 지지를 철회하면서 노-정 후보단일화를 기반으로 당선가능성을 높여온 노 후보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노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바탕으로 공식선거운동 직전까지 드러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크게 앞서는 등 우세한 선거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정 대표의 노 후보 지지 철회로 노 후보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정 대표 지지층의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하거나 지지후보를 바꿀 가능성이 높아 노 후보에게는 최대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정 대표의 인기가 높은 울산이나 충청, 강원 등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노 후보는 정 대표와의 면담이 무산되고 지지철회 번복노력도 무산되자 "투표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정 대표는 19일 "신뢰와 상호존중이 무너진 상황에서 솔직한 심정을 국민에게 밝힐 수밖에 없었다"며 노-정연대 파기를 거듭 강조했다.
후보단일화과정에서부터 지지철회에 이르기까지 노-정 연대는 이번 대선의 판도를 일거에 전환시킨 초대형 변수였다.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는 대선초반 새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대선구도를 노 후보가 주도하는 형국으로 급반전시켰고 대선전 중반이후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논란으로 수도권의 표심이 이 후보에게 쏠리자 정 대표는 국정공동운영 합의와 공동유세를 통해 다시 노 후보 지지세를 견인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노-정연대를 파기함으로써 새 정치를 기대하던 젊은 층의 표심과 정 대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보여 노 후보로서는 속수무책의 어려운 대선전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정 대표는 지지철회의 이유로 노 후보의 대북정책관련 발언을 내세웠지만 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정공동운영은 물론 묵시적인 합의라고 생각하던 차기보장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유세에서 정 대표를 추미애, 정동영 의원과 경쟁해야 한다며 후보단일화의 주역인 정 대표를 무시했고 이에 정 대표는 그동안 집권후의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서도 확실한 담보를 하지않은 노 후보가 집권후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 지지철회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노 후보는 19일 자신의 발언은 "그 분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와 덕담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반향없는 공허한 메아리였다.
한나라당이 노 후보의 잦은 말실수를 들어 불안정하다는 공격을 해 온 터에 이날 노 후보의 발언과 정 대표의 지지철회 파장은 유권자들의 표심에 적잖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노 후보로서는 후보단일화 이전의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고 이 후보로서는 대역전의 호기를 잡은 것이다.
한편 '후보단일화'라는 역사적 사건을 투표일 직전 '해프닝'으로 돌려버린 정 대표의 무책임한 태도는 새정치를 주장하고 나선 정치지도자의 처신으로는 볼 수 없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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