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고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고향의 정취 중에서도 특히 거름 냄새와 저녁 노을 속으로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는 언제나 시원한 청량음료처럼삶의 생동감을 더해 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와 고향이 있는 법이나 특히 필자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유독 불효(不孝)의 생각이 더하는 것은 어머니의 더욱 휘어진허리와 백발(白髮)의 머리 결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온 밤을 지새운 까닭이다.
문득, 결혼 50주년을 맞이한 칠순(七旬)의 어머니가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싼 보따리의 수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지난날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학창시절의 수 없는 보따리, 거기엔 무한(無限)의 사랑과 믿음의 빛이 쌓여 있었다.
필자의 고향은 참으로 첩첩산골이다. 3군의 경계선이라 행정력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死角地帶)였기에 불혹(不惑)을 훌쩍 넘어 버린 필자가 고3 시절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으니 무진장 산골인 셈이다.
연구실 한쪽에 자리한 '호롱'을 마치 보물(?)처럼 간직하며 간혹 불을 피우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호롱불'을 보면 생각나는 수십년 전의 아련한 추억의 한 점씩이 문득문득 가슴을 쿵쿵거리며 한없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비 오면 유독 끊어지길 잘하던 학교 앞의 구겨진 넥타이 같은 도랑 길을 건너면서도, 젊은 시절의 캄캄하던 방황에서도, 더욱 이마 푸른 내일을 꿈꾸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세월이 지난 지금에 돌이켜 보면 어머니의 정성이 듬뿍 담긴 '보따리'의 교훈이 아니었을까? 어머니를 떠올릴 때면 때론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의미와 살아갈 삶의 지향(指向)을위하여 더 큰 집념의 다짐을 해보곤 한다.
그렇다. 참으로 모성(母性)이야말로 인간 본능의 가장 숭고한 원천이다. 어떻게 교육으로써 모든 어머니를 한결같이 사랑의 화신(花信)으로 개조할 수 있을 것인가? 문득 송강(松江) 정철의 시조가 떠오른다. "어버이 살아 계실 때 섬기기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한 해를 마감하는 때, 도시의 척박한 공간을 훌쩍 떠나 고향의 정취와 어머니의 향기를 흠뻑 느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대경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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