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 부문별 결산

입력 2002-12-18 14:31:00

올해 우리나라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등 효자산업을 중심으로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반면 조선·중공업계는 세계 조선시장 침체로 인한 수주량 감소, 선가 하락 등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기업들은 내수 호황과 수출회복에 따라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들은 '주5일제 근무 도입' '인력난 가중' 등으로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힘든 연말을 맞고 있다.

벤처기업들에게는 주가 조작 등 잇따라 터진 스캔들로 옥석을 가리는 한 해가 됐다. 시장 확대를 노리는 유통업체간 경쟁도 더없이 뜨거웠다. 한 해 동안의 우리 경제를 부문별로 마무리한다.

◇전자·IT=최고의 한 해였다. 세계적인 IT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개최에 따른 내수 가전시장 확대, 휴대전화, 고속DDR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호조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자업계는 내년에도 10% 이상의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매출이 사상 처음 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순익도 올 해 7조4천억~7조5천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5~16% 증가한 18조4천억~18조5천억원, 영업이익은 1조2천억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사와의 매각협상은 매듭짓지 못한 채 한 해를 넘기게 됐다.

IT산업은 통신부문의 호황에 힘입어 10월말까지 수출 373억1천만달러를 달성, 작년 동기대비 17.3% 성장했고 무역흑자는 124억7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IT산업을 제외했을 경우, 35억달러 적자였던 국내 산업 전체의 무역수지를 89억7천만달러 흑자로 돌려놓은 것이다.

특히 전세계 IT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업체들은 세계 시장점유율을 한껏 높였다. 국내 최대 IT업체인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휴대전화시장에서 점유율 3위로 올라서면서 부동의 1위 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SK텔레콤은 올들어 3분기까지 매출 6조2천670억원, 영업이익 2조90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3%, 21% 늘었으며, KTF도 매출 3조9천691억원, 영업이익 6천57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4%, 76%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동기식 IMT-2000서비스인 CDMA2000 서비스도 상용화됐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지난 10월 1천만명을 돌파, 62%의 가구당 보급률을 기록했다.

◇자동차=전자와 함께 역대 최고수준의 '호황'을 누렸다. 특히 주5일 근무제 확산 등에 힘입어 레저용차량(RV)의 판매 급증과 수입차 판매량 증가가 올 자동차시장의 특징.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자동차 판매대수는 내수 149만13대, 수출 135만6천321대 등 총 284만6천334대. 내수는 올해 11월까지 판매대수는 작년 동기보다 10.8% 늘어나 지난 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수출은 파업 등의 영향으로 2.1% 감소했다.

차종별로는 RV 판매가 급증했다. 올들어 11월까지 판매된 RV는 모두 47만6천798대로 작년 동기보다 28.2%나 급증하며 전체 승용차 판매대수 112만2천344대의 42.5%를 점유했다.

수입차시장은 금액기준 1987년 시장 개방 이후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올들어 11월까지 수입 승용차 누적판매 대수는 1만4천656대로 작년 동기보다 107% 증가했다. 내년 자동차 판매는 올해같은 폭발적 내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

◇석유화학=정유사와 석유수입사간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세녹스'로 인해 촉발된 유사휘발유 논쟁 등이 시장을 달궜다.

지난 97년 정부의 석유수입 자유화 조치이후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석유수입사는 올들어 42개사로 늘어 시장점유율이 10%대까지 높아졌다. 반면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주)는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이 작년동기 대비 58%나 감소하는 등 정유사들의 전반적인 영업이익 부진과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대규모 석유수입사인 ㅌ사 대표가 900억원대의 유사휘발유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관세청에 적발돼 구속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같은 출혈경쟁의 부작용은 정유업계에서도 나타나 공격적인 경영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했던 s-oil의 김선동 회장이 지난 7월 주가조작 및 회계부정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에너지 벤처기업인 프리플라이트가 개발한 첨가제 '세녹스'는 올해 유사 휘발유 논쟁을 불러왔다. '세녹스'는 환경부로부터 첨가제 인가를 받았으나 휘발유와 혼합비율이 40%나 돼 첨가제냐 대체연료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유통=백화점 '부진', 할인점·홈쇼핑 '호황' 등 업태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특히 백화점 매출 신장세가 둔화되면서 할인점이 처음으로 유통업계 최대 업태로 등장했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도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며 전체 시장규모가 각각 5조원, 2조5천억원으로 커졌다.

올해 할인점 전체 매출은 약 17조2천억원으로 백화점 전체 매출(17조1천억원)을 처음으로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점 매출은 올해 작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반면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10%에 못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2년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고 경상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로 전환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올 한해 대규모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최근 미국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항공사들도 장기적인 생존전략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내년도 국제선 항공운송 수요는 여객 9.2%, 화물 8.2%의 증가가 각각 예상된다.

◇벤처=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자금난과 투자축소로 인해 이미 수익기반을 마련한 우량 벤처는 득세한 반면 이에 실패한 벤처들은 합병되거나 경영권 분쟁으로 과거의 명성에 흠을 냈다. 국내 닷컴업체의 상징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의 배가 넘는 2천억원 매출실적을 이미 지난달 달성했으며 NHN역시 올해 3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등 초우량 벤처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새롬기술은 창업자의 비리가 밝혀져 사법처리에 이르렀고 라이코스코리아는 SK텔레콤에 합병됐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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