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표대결 양상 올 대선후유증 걱정"

입력 2002-12-18 00:00:00

19일 대선 투표를 앞두고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수십년 동안 고질병이 돼 온 지역성이 이번 대선에서는 감소하고 정당 대결성도 후퇴하면서 기득권층과 변화 요구층, 노년층과 젊은 세대로 뚜렷이 나뉜 유권자들의 지지 성향이 보다 명확해지고 가족 사이에도 이견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상석(58.대구 범어동)씨는 대학생인 막내 아들이 투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얼마 전 자신의 지지 후보에게 투표토록 은근히 권했다가 한마디로 거절당했다는 것.

이씨는 "먼젓번 선거 때는 큰아들과 이런 문제로 부딪치지 않았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막내의 태도가 전혀 다르다"고 했다.

김상호(61.대구 지산동)씨는 회사원인 막내 아들과 투표를 놓고 실랑이까지 벌였다고 했고, 박윤식(37.회사원)씨는 형과 말싸움을 겪었다고 했다. 김정숙(56.여.대구 신매동)씨는 대선 기간 중 떠나려던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이 위태롭다는 얘기를 들었기때문이라는 것.

대학생 이성재(23)씨는 "썩은 정치를 개혁하고 나라의 틀을 제대로 세울 때가 됐다"며 자신의 뜻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 쪽으로 한 표나마 꼭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원 김성훈(26)씨는 개혁을 바라기 때문에, 대학원생 신은화(27.여)씨는 통일.노동상황.대미관계 등의 발전을 위해, 회사원 최세화(36)씨는 지역 감정을 영원히 추방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적극성에 대해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윤용희 교수는 "지역감정 등에 얽매인 기성세대에 지금까지는 젊은 세대가 눌려 있었으나 지금은 지역.정당을 떠나 보다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해진 탓"이라며, "젊은 사람이 개혁을 바라고 기성세대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체나 단체 등 동일 집단 안에서도 연령대에 따라 후보 지지이유나 선호도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등 이번 선거가 우리 사회를 세대별로 구분짓는 분수령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항공단의 경우 예전에는 대형 선거를 앞두고 '특정 기업이 사원 및 가족들의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비정기 상여금을 지급했다'거나 '어느 기업은 어느 후보를 밀고, 어느 기업인은 어느 후보의 참모'라는 식으로 선거판 줄세우기가 무성했으나 올 선거에서는 이런 유형의 잡음은 사실상 사라졌다.

한 대기업의 노무담당 김모(45) 차장은 "과거 일부 선거 때는 은밀하게 특정후보 지지를 유도하는 듯한 시책을 내리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경영층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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