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창-TV 퀴즈 프로그램

입력 2002-12-17 14:26:00

퀴즈 프로그램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TV 앞에서 같이 문제를 맞혀보고 출연자들이 잘 맞히지 못하면 안타까워하는 재미가 있다. '장학퀴즈'가전부이던 퀴즈 프로그램이 점차 늘어나고 언젠가부터 상금 금액이 높아지기 시작해 한번에 5천만원까지 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KBS1 '퀴즈 대한민국'(일 오전 10시10분)은 "이공계 과목을 포함한 학문전반에 최고의 퀴즈왕을 뽑아 국내최고의 상금을 수여하고 상금의50%를 이공계 인재육성기금으로 활용하는 인재발굴"을 기획의도로 밝혔다. 지난 15일 한 주부가 5연승을 얻어내 최고 상금 5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일 오후 5시10분)는 MC 임성훈과 출연자가 일대 일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으로, 10단계까지 다양한 문제가 준비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의 최고 상금은 3천만원이다. 상금의 절반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고 소개한다.

이상의 퀴즈 프로그램은 경쟁의 사다리를 거쳐 단계별로 상승하는 공정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엘리트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치열한예심을 거친 출연자들은 역사, 경제, 정치를 막론한 다양한 퀴즈를 맞혀야 한다. '지식'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혐의를 벗기 힘들다.

홈페이지에는 "명문대출신, 사법고시 출신 등 소수인만을 위한 퀴즈 프로그램은 아닌지"(아이디 yunks73)하는 문제의식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또 하나 지적할 문제는 상금. 두 프로그램 모두 상금의 절반이 '이공계 인재육성기금'과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서민들의 일년치 벌이가 넘는 금액이 퀴즈 문제에 달려 있는 것을 볼 때 허탈감을 감추기 어렵다.

"지방의 경우 집한채 값…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의입장에선 5천만원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아이디 kims9598)라고 지적한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중 '브레인 서바이버'도 마찬가지. 모교에 장학금을 준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연예인들이 나와 문제 몇 개를 맞추면 1천만원이 주어진다. 이제 TV에서 '천만원' 단위는 가볍게 느껴질 정도다.

퀴즈 프로그램이 공정함을 내세우지만 '지역차별'이 존재함을 무시할 수 없다. 평일날 진행되는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갈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퀴즈가 더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고 시청자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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