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나노산업 메카로

입력 2002-12-17 14:41:00

산업자원부 지방산업진흥계획에 따라 경북대의 '나노부품실용화센터' 설립안이 지난달 27일 최종 확정됐다. 오는 2004년부터 3년간 모두 410억원이 투자될 나노부품실용화센터는 대구를 중심으로 21세기형 최첨단 산업으로 불리는 나노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경북대는 또 교육부로부터 '나노과학기술 대학원' 설립인가를 획득, 내년부터 석사과정 10명, 박사과정 5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나노과학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화학, 물리 등 기초과학적 지식과 전기·전자·컴퓨터 및 기계, 생물, 농업 등 응용과학 지식을 골고루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나노과학기술 대학원은 다양한 학과간 공동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출범한 경북대 나노과학기술연구단은 화학, 물리, 공업화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생화학, 미생물, 기초의학 등 5개 단과대학 15개 학과 80여명의 교수진들로 구성돼 있다.

이미 나노기술촉진법이 국회를 통과, 내년 5월12일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대구지역에 나노부품실용화센터와 나노과학기술대학원이 동시에 출범한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나노기술은 나노미터(nm:10-9-수정) 영역에서 원자와 분자를 제어함으로써 기존물질의 특성을 개선해 소재·소자·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말해 아주 적은 원료와 에너지를 사용해 각종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나노기술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ET(환경과학기술) ST(우주항공기술) CT(문화예술기술) 등 모든 첨단기술에 나노기술(NT)이 기초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나노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노소재(KAIST 나노소재기술개발센터)를 나노공정(전자부품연구원 나노공정지원센터)을 거쳐 나노소자(포항공대 나노소자개발센터)로 개발해야 한다. KAIST가 유치한 '국가나노종합팹'(총사업비 1천970억원)은 나노연구를 위한 초고가 장비들을 설치, 전국의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기센터다.

특히 나노기술은 나노소재와 나노소자를 이용하여 나노부품(경북대 나노부품실용화센터)을 완성시킬 때만 비로소 '상용화' '사업화'할 수 있다. 따라서 경북대 나노부품실용화센터가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대구·경북은 나노기술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는 셈이다.

대구의 전통산업인 섬유만하더라도 기존의 마이크로기술(10-6)로 만들어진 적외선 방출 섬유, 자외선 차단 섬유, 항균섬유, 마이크로파 차단 섬유, 산업용 섬유 등 기능성 섬유에 나노기술이 적용되면 품질의 대폭적 향상으로 단숨에 엄청난 고부가가치 제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안경, 기계·금속재료, 환경·에너지, IT, BT 모든 지역산업에 적용된다.

타이완의 ITRI(산업기술연구원)는 올해 1월 나노센터를 설립해 벌써 플라스틱 소재로 실크보다도 더 부드러우면서 땀을 방출해내는 새로운 섬유개발에 성공했고, 음료와 과일 보관에 나노기술을 적용해 보존 기간을 최고 3년까지 늘렸다. 타이완 정부는 나노재료, 나노일렉트로닉, 나노바이오 등 나노기술의 전략적 개발을 위해 내년부터 5년간 8천250억원을 투자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나노산업이 미래형 산업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미 자외선 차단 선크림과 미백화장품, 주름살 제거 화장품에 나노물질이 포함돼 있고, 미국 IBM의 물리학자들은 나노기술로 개발한 '거대자기저항(GMR)'을 상용화해 20억 달러(약 2조5천억원) 규모의 PC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MEC는 올해 1K바이트 용량의 분자전자(나노) 소재를 출시할 예정이고, 인텔은 0.091nm 크기의 나노소자를 이미 출시했다.

경북대 지종기(화학과) 나노과학기술단장은 "이달 중 고품질의 탄소나노튜브(CNT)와 덴드리머 등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나노벤처기업을 경북대 테크노빌딩에서 출범시킬 계획"이라며 "나노산업이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유망산업임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탄소나노튜브와 덴드리머는 플라스틱을 강철보다 더 강하게 만들거나 화장품 및 약품첨가제, 차세대 디스플레이 FED(Field Emission Display) 등에 사용되는 나노물질로 고품질의 대량생산이 안돼 현재 '금 보다 비싼 물질'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의 매켄지 보고서는 최근 2010년 세계시장 규모를 나노분야 1조달러, IT분야 7천억달러, BT분야 300억~400억달러로 추정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