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미술평 나름대로 생동감

입력 2002-12-17 14:58:00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41)씨가 새 책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들고 14일 대구를 찾았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시집 '서른…'(94년)을 발표하면서 문단 뿐 아니라 대중들 사이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시인이 이번에는 미술 에세이를 냈다.

쏟아지는 서양미술 입문서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최영미가 쓴 글이라는 거죠. 나의 눈으로 감상하고 내 문체로 미술을 소개한다는 점이에요"라고 답한다. 하긴 모든 것을 '아는 체'하는 여느 입문서와는 다르게 작가의 실수담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글쟁이는 어떤 글이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 답게 이번 미술 에세이에도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미술평과 어우러져 있다. "아마 시집 한권 분량은 될걸요?" 이번 책 '화가의…'에서는 시인의 숨겨진 시들을 찾아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집에서 여행기, 미술에세이를 거쳐서 내년 여름쯤에는 장편소설까지 낼 계획이란다. 출판사와 계약을 마친 상태로, 월드컵때문에 집필을 잠시 중단했다고. 단 '연애소설'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그녀. 장르를 넘나드는 글쓰기에 대해 "제가 변덕이 심해요"라고 한다. 그녀의 쉼없는 글쓰기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이것밖에 잘할 수 있는게 없어요, 회의를 느낄 때도 많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나봐요".

시인에게 서른이 잔치는 끝났던 나이였다면 마흔은 어떤 나이일까. "늙은거죠. 포기하기를 시작하는 나이같아요. 세상과 지혜롭게 덜 부딪치면서, 평화롭게 사는 나이요".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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