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주지스님 성탄미사 참석

입력 2002-12-17 12:17:00

대구에서 불교와 천주교 대표자들이 이번 성탄절을 함께 경축한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주지 지성(知性) 스님이 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성당의 성탄절 미사에 참석,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

최근들어 서울에서 양 종단 지도자들이 성탄절과 석탄일에 축전을 주고 받으며 종교간 화해를 다져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종단의 교구 대표자가 타종교의 예배당을 직접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더우기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구지역에서 불교계를 대표한 스님이 성탄절 경축을 위해 성당을 공식 방문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시민들의 종교간 낯가림 해소와 성숙된 신앙생활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동화사측은 17일 주지 스님의 성탄절 미사 참석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 주말 사회국장 덕현 스님이 계산성당을 방문해 손상오 주임신부를 만났으며, 다음날 "참석을 환영하며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이문희 대주교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동화사는 이에따라 주지 지성 스님과 사회국장(덕현 스님).포교국장(진오 스님).기획국장(법륜 스님).교무국장(선문 스님).교구 신도회장 등이 25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이문희 대주교의 미사에 참석해 성탄절 축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지성 스님은 "올 가을 개산대제에 맞춰 회향한 백고좌법회와 지난 8일 열린 개구리소년 영가천도재도등은 대중의 화합과 민족의 단결을 기원하는 법석의 일환이었다"며 "이번 기회에 불교와 천주교가 타종교가 아닌 이웃종교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구의 불자와 신자들도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닌 '예수님 오신 날'에 스님들이 성당을 찾아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덕담을 나눈 것은 대립과 분열로 얼룩진 이땅에 사랑과 평화의 씨앗을 다시 심는 밑거름을 마련한 것"이라며 반색했다. 시민들도 올 성탄절은 예수와 석가가 이땅에 온 뜻이 같듯이 '사랑'과 '자비'가 새삼 하나가 되는 한층 더 아름다운 날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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