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프로축구단 시민주 공모 방법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엔 심지어 학생들에게까지 주식 구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진정한 시민 구심점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시민들은 이때문에 시민구단 창설의 진정한 뜻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시민들 반발 = 창단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구시는 지난 10월 자본금 53억5천만원을 모아 '대구시민 프로축구단' 법인 설립을 끝내고 지난달 15일부터 8개 구군별로 6억~8억5천만원씩 총 60억원을 배정해 1차 시민주 공모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무원을 통한 공모에 반발이 적잖아 서구.달성군이 겨우 목표액의 절반을 채웠을 뿐 동구.남구 등에서는 모금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모집 마감일을 일주일 남겨둔 17일까지도 청약금은 38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총 목표액을 160억원으로 잡고 있는 대구시는 지난 9일엔 시교육청에 또 40억원을 배정,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5만원씩의 주식을 구입토록 하고 있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이때문에 시민들의 비판 글이 연일 대구시 홈페이지를 메워, ID를 '상식과 원칙'이라 쓴 시민은 "축구단 창단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져야 하는데 시민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로부터 돈을 거두고 있다"고 비판했고, '학부모'라 밝힌 한 네티즌은 "자녀들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겁이 나 부모들은 학교측의 공모주 청약 권유를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문제의 발단 = 이와 관련해 대구시 관계부서는 공모 여건이 너무도 열악해 불가피하게 공무원을 통한 모금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시민구단으로 성공한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일본의 요코하마 플루겔스 등은 5년 이상에 걸쳐 자발적으로 참여를 통해 시민주를 공모했으나, 대구 경우는 증권거래법 규정 때문에 공모가 시작돼야 시민 홍보가 허용되면서도 공모기간은 50일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목표액을 달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또 당초엔 월드컵 이후 시민들의 축구 열기를 믿고 시민 10만명이 1구좌씩 가입해도 창단에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자발적 공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이상길 과장은 "대선과 공모주 청약 기간이 맞물려 공모에 어려움이 커 누군가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는 일이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시민구단 취지 살리자 = 시민구단 창설은 단순히 축구팀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상 처음으로 대구시민의 구심점을 만드는중요한 일인데도 실무자들의 안일한 추진 방식때문에 되레 취지가 훼손될 위험까지 안게 됐다고 시민들은 우려했다.
대구경실련은 16일 성명을 발표, "초중고생 강제 공모를 중단하라"며 "대구시는 프로축구단이 명실상부한 시민구단이 될 수 있도록 직접 개입보다는 지원으로 역할을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사태를 우려하는 시민들도 최소 공모 단위가 학생은 1구좌(10주) 당 5만원, 일반인은 1구좌(20주) 당 10만원에 달해 너무 부담스럽다며 공모 단위 소액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구단을 만드는 근본 취지에는 대부분 찬성해 북구청 공무원직장협의회 경우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 공무원 1인1구좌 운동과 시민 대상 공모.홍보를 전폭 지원키로 결의하기도 했다. 또 침체된 대구를 되살릴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구시 등도 모금 이벤트 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보다 세련된 기획을 구사하고 개인들도 "내 일"이라는 인식 아래 동참하려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뜻있는 시민들은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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