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TV합동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사회문화 분야 중 ▲의약분업 ▲교육제도 ▲언론사 세무조사 등에대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의약분업과 관련, 세 후보는 보완책 마련이라는 원칙적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았지만 방법론적인 면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 후보는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 어려운 만큼 차기 정권에서 '재평가 위원회'를 둬 보완·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보완기구 설립을 주장했고, 노 후보는 "의약분업 실시 후 약물의 오·남용이 크게 준 만큼 원칙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엉터리 의료보험 제도는 개정돼야 한다"며 보험료 인하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정당성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바로 직후 시행된 세무조사는 엄청난 추정액만을 부과하는 등 언론을 탄압하고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비난한데 대해 노 후보는 "언론이 우리당에 유리한지 아닌지에 따라 비호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은 행위"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탈세에 대한 조사는 탄압이 아니지만 현재의 정간법도 개정해야 할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고교평준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후보는 사립고 운영개선을 통한 현 제도보완을, 노 후보는 현 평준화 정책의 기조유지를, 권 후보는 평준화 확대를 주장했다.
이 후보는 "고교평준화의 틀을 깨는 것은 아니지만 공교육에 치중해 상향평준화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학생선발의 자율화는 결국 평준화 제도를 깨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우리의 현 교육정책으로는 장관 아들은 장관되고 의사 아들은 의사되는 형편"이라며 평준화 폐지를 주장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 행정수도 이전논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사회, 교육, 문화분야 TV토론에서도 대선 최대쟁점의 하나인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문제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교환했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 후보. 이 후보는 교육투자확대문제를 말하다가 "수도를 옮기는데 6조원이 든다고 하는데 그 돈을 서민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며 행정수도이전문제와 연계시켰다.
이에 노 후보는 "수도권의 인구증가와 과밀로 인해 10조원이상의 교통혼잡비용과 8조가 넘는 환경비용이 들어가고 주택값이 오르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6조원이 비싸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6조원은 노 후보가 말한 것이고 저희는 (이전비용이)40조원"이라고 지적하고 "수도권 교통문제는 교통문제로 처리해야지.대전으로 옮기면 대전에 교통문제가 다시 옮아가는 것이고 이는 위암을 간으로 옮기면 위도 간도 모두 암에 걸리는 교각살우"라고 우려했다.
이에 노 후보는 "충청권에 50만명 정도 되는 작은 행정수도를 10년쯤 걸려서 이전한다고 해서 무슨 교통혼잡이 되는지 말이 안된다"며"수도권에서 50만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집값이 폭락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재차 반박했다.
노 후보는 이어 "수도권은 매년 25만명씩 늘어나 2010년엔 2천500만명이 되는 세계에서 가장 과밀화된 도시"라고 지적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해서 집값이 폭락하고 서민경제가 파산한다는 것은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도 멈추지않고 공세를 계속했다. "이해의 차이가 있다"고 전제한 이 후보는 "청와대가 옮겨가고 정부 청사를 옮기고 국회를옮긴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금감원과 선관위와 감사원까지 다 옮겨간다"면서 "제2청사가 있는 과천의 상권은 어떻게 되겠는가. 숫자놀음 하지말고 실제로 일어나는 도시의 위축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게 숫자로 보지말아야 한다"고 몰아부쳤다.
노 후보도 물러서지않았다. 노 후보는 "경남도청이 부산에 있다가 80년대에 창원으로 옮겨갔다고 해서 부산이 공동화되지는 않았다"고 소개하고 "독일의 행정수도 본이 베를린으로 전체가 이전하고 있는데도 조용하고 일본도 정경유착을 끊기 위해 행정도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본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고 일본 동경은 14년째 논의하고 있는데 결국 옮기기 어렵다는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며 "실제로 서울을 옮긴다고 하면 서민층의 공황이 일어난다. 돈가진 사람의 문제로 보지말라"고 주장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 토론회 각당 평가
TV토론회를 마친 뒤, 결과에 대한 각 당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저마다 압승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아전인수식 해설을 내놓았다.그러나 상대후보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들춰내며 폄하했다.
한나라당은 "경륜에서 우러나온 현실적 비젼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이 후보의 자산이었다"면서 "교육, 복지, 여성, 문화 등 분야별 정책대안을 설득력 있고 균형감있게 설명해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안정과 경륜있는 이회창, 불안하고 말바꾸는 노무현... 현명한 국민의 선택은 끝났다"고 자신했다. 노 후보에 대해서는 "국정경험이 8개월짜리 해양수산부장관이 전부라서 그런지 얕은 식견이 드러났다"며 "말은 화려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했고 판단에 따라 그때그때 원칙이 흔들려 공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후보도 잘하셨으나, 대안이 없거나 지나치게 원론적이어서 아쉬웠다"며 "이 후보는 전반적으로 현실인식이 어두웠고, 때로는 문제파악이 불충분해 동요하기도 했다"고 반격했다.
이어 "노 후보가 국정전반의 중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한 바탕 위에서 균형잡힌 대안을 정책적으로 제시했다"며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의 문제들에 대한 노 후보의 깊은 애정과 관심, 소상한 식견을 국민들께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도 "권 후보는 가난한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복지국가의 이상이 꿈이 아님을 보여줬다"며 "국민들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을 동반자로 선택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3차례 실시된 대통령 후보 합동토론회가 16일 사회.문화 분야 토론회를 끝으로 막이 내렸으나 후보 검증의 변별력을 제시하는데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경제토론이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의 잣대로 이뤄지는가하면 정책대결 보다는 '상대 약점캐기'에 몰두한 점도 적지 않았다. 비전이나 처방제시 보다는 과거 행적 들추기와 비방이 횡행했고 '포지티브' 접근 보다는 '네거티브' 공세가 주를 이뤘다.
◇감동없는 토론회=우선 토론회가 후보간의 속시원한 비전 제시나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진지한 자세가 보이지 않았다. 정책 대조를 통한 변별보다는 당 공약을 열거하거나 기존 정치공방을 재탕, 삼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돌발 쟁점'이 드물었고 '예측가능한 설전'만 반복됐다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권영길 후보의 경우 양비론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이회창.노무현 후보는 시종 입씨름을 벌였지만 승부를 가리기 보다 '누가 덜 상처를 입나'에 치중하는 모습들이었다.
이와 관련, 정당 관계자들은 "TV합동토론 이후에도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여전하다"며 "TV토론이 '감동없는 토론'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자세=후보간 공방은 때론 협공으로, 때론 쌍방으로 이뤄졌다. 이 후보는 '부패정권 연장론'을 들어 노 후보를 공격했고 노 후보는 이 후보 개인과 한나라당의 부패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반면 권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선 '부패원조당', 노 후보를 향해선 '부패 신장개업당'이라 싸잡아 공격했다.
이 후보는 비유 보다는 직설화법에 치중, 노 후보를 공격했지만 '추상적이고 원론적 수준의 추궁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고 노 후보 역시 '이 후보와 의견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지나치게 말꼬리를 잡고서 공세 일변도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토론방식의 개선=패널리스트가 후보를 세워놓고 추궁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자의 엄격한 진행으로 토론회가 이뤄져 공정성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진행자의 재량이 너무 한정돼 토론의 경직화를 불렀고 지나치게 시간과 의제에 몰두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다시 말해 후보간 토론시간이 60~90초로 한정. 공방이 자주 끊어 졌으며 반론이나 재반론의 기회가 차단돼 밋밋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후보가 주제를 벗어난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양휘부 공보특보는 "시간제한은 필요하나 사회자 질문 코너를 줄이는 대신 1대1 토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민주당 김한길 미디어본부장도 "후보들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시간총량제에 의한 자유로운 토론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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