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大選 카피전쟁

입력 2002-12-14 12:11:00

광고카피(copy) 전쟁이 치열하다. 대선이 미디어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자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를 직접 겨냥한 신문 광고문안이 연일 화제다. 후보의 입과 코만 떼어낸 '엽기사진'이 게재되는가 하면 미국 링컨 대통령 사진이 내걸리기도 한다. 신경전을 넘어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각 당의 광고카피를 점검해 본다.

◇민주당=13일 한나라당이 노무현 후보의 입과 코만 담은 사진을 오려낸 신문 광고에 내자 14일 민주당은 똑같은 양식의 이회창 후보사진을 두 장 내걸었다.

코의 윗부분이 싹둑 잘린 채 앙다문 입술을 클로즈업한 것으로 이 후보의 '협량'을 은근슬쩍 암시한 사진이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후보는 불안을 퍼뜨리는 낡은 정치를 계속하라'고 짐짓 충고한다.

13일자 광고에는 링컨 사진과 노 후보 사진을 좌우에 배치해놓고 '링컨은 남북통일로 미국을 바꿨다. 노무현은 국민화합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링컨과 노 후보를 나란히 내세웠다.

11일자는 '이등병의 아버지'라는 문구를 내걸고 이 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꼬집고 있다. 수풀이 우거진 참호에서 경계근무를 서는군인의 사진을 우측에 세워놓고 '겨울이 오면 아버지는 군대에 간 자식걱정에 마음이 스산해 진다'며 '입대하는 자식의 큰 절을 받아본 대통령만이 군복무 단축의 평화정책을 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10일자는 '어? 노무현 닮아가네'라는 만화적 표현으로 전날 이회창 후보의 정치개혁을 담은 기자회견을 비꼬고 있다. 그러면서'이제라도 국민의 마음을 읽으신 것 같아 반갑다'며 문구를 옆에 달아 놓았다.

그러나 곧장 '공작정치, 방탄국회를 능사로 삼던 사람들부터 주변에서 정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공격한다. 김경재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앞으로 남은 광고횟수가 10번 정도된다"면서 "고약한 한나라당 광고를 받아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최근 이 후보에 대한 정치광고를 살펴보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비교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카피에서도 "치솟는 전셋값, 누가 바꿀 수 있겠습니까"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속으시겠습니까" "1년안에 국민의 손으로 정치를 바꾸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안정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서브카피로 '이회창과 한나라당은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이회창이 집값의 20%만 가지고도 내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믿음직한 대통령이 있는 나라, 믿음직한 대통령이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공약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추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같은 포지티브한 문자 외에 자신의 사진을 크게 싣는 등 비쥬얼한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차갑고 날카롭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환하고 따뜻한 표정을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전세값 관련광고에서는 농촌 할머니와 얼싸안고 부드럽게 웃고 있으며 광고마다 이 후보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들어간다.

때로는 노 후보를 겨냥한 비난광고도 병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부패정권의 계승자 누구입니까?'제하의 지난주 광고를 보면 이 후보의 이미지부각보다는 노 후보의 과거 행적을 비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DJ와 닮았다' '정치한 지 14년, 선거출마 6번'이라는 서브카피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해양수산부 장관 임명장을 받으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노 후보 사진을 게재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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