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라는 매체에서 시사만화의 역할은 특별하다. 잘 그려진 만평은 그 날의 이슈를 정확히 짚어내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야 만다. 신문기사가 서술적·이성적이라면 시사만평은 압축적이며 감성에 보다 호소한다. 때로 신문기사의 지성을 능가하기도 한다. 약자의 울분을 쓸어내리는 좋은 만평은 앙칼지다.'촌철살인'이란 이때 쓰는 표현이다.
젊은 시사만화가 김경수 화백(34)이 출간한 시사만평집 '개소리들 하지마'(김경수/글논그림밭)는 시대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풍자가 담겨있다.저자 김경수씨는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구의 '매일신문'과 '내일신문'에 만평을 싣고 있는 6년차 시사만화가. 그동안 그린 만평만도 2천300여 컷이다.
김 화백은 한겨레 신문 창간과 더불어 작가주의 만평의 기수로 꼽히는 박재동 화백 이후 독창적인 화풍과 일관된 가치관으로 그의 맥을 잇는 작가로주목받고 있다. 추천글을 쓴 박 화백은 "항상 눈을 부릅뜨고 있는 논객"으로 부르며 저자의 작업을 높이 사고 있다. 특히 그의 그림은 중앙 일간지와는 거리를둔 매체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언론사의 논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작가관이 돋보인다. 시의적인 사안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논평적이고비평적인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 '개소리들 하지마'는 1998년부터 2002년 12월까지, DJ 정권 집권기인 5년여 동안에 신문에 실린 저자의 만평을 모았다. 각종 부패 게이트, 권력형 비리,대선정국과 대북정책, 9·11과 미국의 패권주의, 최근 여중생 피살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정치 사회 국제관계 남북관계 등 테마별로 엮었다.
책 제목은 저자가 지난 4월쯤 검찰을 개로 그린 만평때문에 반론보도청구를 받은 경험에서 따왔다. 앞서 검찰을 하이에나로 그린데 이어 '부득이하게'개로 표현한 것이 발단이 된 것인데, 며칠 후 반론청구를 받아들여 "검찰은 개가 아니다"는 희한한(?) 사고(社告)를 내기도 했다.
김 화백의 작품은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시사만화작가 사이트(cagle.slate.msn.com/politicalcartoons/)에자신의 그림을 번역해 싣게 된 것. 한국인 작가로는 코리아 헤럴드 원로화백 이원수씨와 더불어 단 두명이다. 특히 보수성이 강한 미국 사이트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여중생 사망사건과 SOFA 개정요구 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그대로 번역돼 올려진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시사만화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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