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꿈의 실현

입력 2002-12-12 15:09:00

의상과 학생들은 축제 때 가장행렬에 선보일 의상을 자신들의 몸에 맞춰 디자인에서부터 제도, 마름질, 봉제까지 하느라 밤늦도록 실습실에 불을 밝힌다.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이성친구들까지 초대된 축제마당에서는 동서양의 전통의상을 포함하여 만화에 나오는 말괄량이 삐삐와 후크선장 그리고 백설공주의 의상들을 입고 한바탕 코스프레를 벌인 바 있다.

조리과에서는 며칠 전 중국인 강사를 초빙하여 음식장식 실습을 하였다. 데커레이션 부문 국제대회에서 금상을 여러 차례 획득한 이 날의 강사는 무를 가지고 앵무새를 조각하였다. 무표정의 무가 입벌려 노래하는 앵무새로 변신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학생들은 강사의 말 한마디, 손동작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거나 메모를 하고 있었다.

미용분야에서 이미 두각을 드러낸 피부미용과 학생들은 내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산의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미용페스티벌에 체험학습차 나섰다. 체험학습 후에는 개인별로 두툼한 포트폴리오로 보고서를 한 권씩 만든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감상을 기록한 자료들이 벌써 여러 권이다.

일년내내 공부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학교들의 일반현상과는 달리 우리 학교에서는 조리사, 미용사, 의상디자이너의 적성에 맞춰 입학한 학생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꿈을 실현해 나가는데 열중하고 있다. 평소 희망했던 전문직업인의 길이고 보니 교육활동 하나 하나가 즐거움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힘들고 지겨워하며 마지못해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소원하던 꿈의 실현을 향한 길이다. 맛 나는 한 접시의 작품을 받아든 어머니는 일류요리사가 된 아들을 생각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네일아트를 위해 몰려든 학생들의 환성을 기억하며 헤어아티스트의 길을 간다. 내 손으로 만든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옷을 입고 나서는 풍경이라니, 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조명래 경북생활과학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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