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경제포럼 발표 주제

입력 2002-12-12 15:20:00

◈'분권-자치-내부 혁신'지역발전 토대

영남지역과 호남지역은 경제활성화에 각각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고, 어떤 장점을 갖고 있을까. 12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02 영.호남 경제 포럼'은 '지방분권과 지역경제발전'을 주제로 동.서간 경제 협력 증진은 물론 중앙과 지방의 균등한 경제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매일신문과 광주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대구상의와 광주상의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포럼은 올해 처음 열린 것으로 앞으로 해마다 대구와 광주에서 번갈아 개최돼 영호남의 공동 경제 활성화와 지방 분권에 대해 탐구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대구사회연구소장인 김형기 교수(경북대)가 '지방분권과 지역경제발전', 광주대 이민원 교수가 '지방분권은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인가'에 대해 발표하고 매일신문 서상호 주필의 사회로 이희태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안흥순 광주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이정인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지역연구실장, 조권현 무등벤처밸리 간사가 토론자로 참가했다. 주제를 지상 소개한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방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전반에 걸쳐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지방 위기의 근원은 무엇보다 과도한 중앙집권과 서울집중 탓이다.

국정의 핵심적 결정권을 독점한 거의 모든 중앙행정기관들이 서울에 있는데다 조세의 대부분이 국세로 징수되고 있다. 교육과 문화의 향유기회와 취업기회 역시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의 구상 및 기획기능과 중추관리기능이 서울에 의해 독점돼 있는 상황이 지방위기의 본질이다.

이 때문에 지금의 지방자치는 '결정권 없는 지방자치' '세원 없는 지방자치' '인재 없는 지방자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에서 자치단체로의 '권한이양'과 서울(수도권)에서 지방(비수도권)으로의 '자원분산'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방분권만이 결코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대안적 지역발전모델의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방분권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지역의 낡은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지역혁신과 결합돼야 한다. 지역혁신을 통한 지역주체들의 능력 향상이 없으면 지방분권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방분권이 높은 수준의 주민자치와 결합되지 않을 경우 지방정부 관료와 토호들의 권력만 강화시켜 지역수준의 또다른 관료주의를 낳을 우려가 있다. 분권-자치-혁신에 기초한 내발적 지역발전은 '참여' '연대' '생태보존'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따라 추구되어야만 진정한 대안적 지역발전 모델이자 대안적 국가발전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

'참여'는 지방정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종 정책결정과 정책평가 과정에 지역주민이 일정한 형태로 참가하여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말하며, '연대'는 시장경쟁에서 탈락하거나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됨으로써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생태'는 생태계 보존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업은 친환경적인 생산방식을, 지방정부는 친환경적인 지역계획을 도입하고, 주민들은 생태주의적 대안적 생활양식을 영위하는 것이 생태를 구현하는 방법이다.

▨이민원 광주대 교수(e비지니스학부)=지방 분권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사회적인 반향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방분권에 대한 염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지방분권에 대한 우려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줄어들면 어떻게 하나 △빈곤한 지역은 더욱 빈곤해지게 되지않나 △지방토호의 준동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지방 행정기관의 도덕성과 능력에 대한 것으로 집약된다.

그렇지만 이런 우려의 대부분은 중앙집권적 사고의 틀에서 나오는 것이다. 중앙집권은 우선 민주주의, 자본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지역자본이 유출되고, 지방 대학이 붕괴된다. 그 결과 지역감정이 생기고 지방문화가 정체되며 지역의 자긍심도 사라지고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서 지방의 국가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제는 지방세 위주로 개편하면서 지방세의 성격도 바꿔 나가야 한다. 지역소득이 증가해도 지방세 증가에 반영되지 못하고 국세 증가로 반영되는 현실이다.

또 지자체간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양여금 등의 기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방 분권이 지방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증적 조사 결과는 지방분권이 주민참여와 자원이동성을 증대시키며 자치단체의 제도적 역량이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만병의 근원은 중앙집권적 체제에 있다. 이는 정치적인 면에서는 지역감정을 낳았고 경제적인 면에서는 지역경제를 아예 싹도 못트게 하였다. 지방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우리 스스로 지역 인력을 고용해 내는 경제, 지역 기업을 스스로 살려 내는 경제, 지방금융시스템으로 지역 기업의 금융문제를 비롯한 각종 경영문제를 해결해주는 경제로서의 경제 분권이 필요하다.

지방분권시대에는 기업도 지역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 중소기업 지원방안이 모색돼야 하고 기술혁신 방안, 중소기업의 정보보호 능력 향상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

다만 지방분권을 추진함에 있어 각 지역의 인사들이 자기 지역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영남과 호남을 가르며 아무리 전향적인 인사라도 자기 지역을 옹호하기에 바쁜다. 서로간 힘겨루기 속에 영남은 호남을, 호남은 영남을, 중앙은 지방을, 지방은 중앙을 잃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합일점을 찾아야 할 때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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