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나섰다-봉사활동때의 사명감 되새기며

입력 2002-12-12 14:21:00

오는 환자나 맞던 의사들이 그늘진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해 주려 길거리로 나섰다. 이 의사들은 오히려 "의대생.수련의 시절 무의촌 봉사 활동을 하던그때의 사명감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구병원 동참=탈장으로 고생하면서도 수술을 못받고 있던 시각장애인 이영조(53.대구 신암동)씨 이야기가 매일신문 5일자에 보도된 후 대구 구병원이돕기를 자청했다. 탈장수술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이씨의 경우는 달랐다. 심장수술을 받은 적 있는데다 당뇨병.고혈압 등 지병이 있어 수술에 위험이높았던 것.

그러나 구자일 원장은 "그렇다고 환자를 나몰라라 할 수 없다"며 메스를 들기로 결정, 지난 6일 수술을 했고 결과도 다행히 좋았다. 이씨는 일주일 동안 병원에서 치료 받은 뒤 지난 10일 퇴원했다. 물론 100여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치료비는 무료였다.

이씨의 부인 김명선(48)씨는 "사회가 이토록 따뜻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남편의 생명을 구해준 구병원과 매일신문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이씨와 가족들은 퇴원 전날 병원 관계자들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무료 성형술 벌써 6명=대구 가가성형외과의 어려운 이웃 무료 성형수술이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포항 선린애육원 박서린(18.가명)양부터 시작했던 '사랑의 메스'가 벌써 6명에게 자신감을 회복해 준 것.

11일 오후 의성 자혜원 박원철(11.가명)군은 이 병원에서 언청이 수술 흉터를 없앴다. 박군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달라질 자신의 얼굴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파 곧장 의성으로 내달리고 싶다고 했다. 박군의 수술 계획은 겨드랑이 냄새로 우울해 했던 같은 시설 오미정(11.가명)양의 지난 4일 수술 때 기획된 것.

이 수술을 집도한 오재훈 원장은 수술이 끝난 뒤 미정양의 언청이 수술 자국을 보고 예쁘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고, 함께 왔던 자혜원 직원이 언청이 수술 흉터 어린이가 4명 더 있다고 하자 오 원장은 모두 수술하겠다고 나섰다.

소년가장 유성철(14.대구 비산동)군은 지난 10일 턱 밑 흉터 제거 수술을 받았다. 성철군 수술은 비산2.3동 사회복지사 홍관표씨가 매일신문 기사(11월21일자)를 읽고 도움을 청해 성사됐다.

성철군은 흉터가 커 앞으로 6개월에 걸쳐 두 번 더 수술 받을 예정이다.수술 대상자를 연결해 주고 있는 경북도 엄지호 가정복지과장은 "시작할 때는 걱정도 했으나 병원측의 헌신적인 봉사로 수술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가성형외과의 무료 수술은 경북도내 복지시설 신청자 수술이 끝나는대로 대구지역 시설 생활자 및 홀몸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소아과협의회 추가 모금=대구경북 소아과개원의 협의회가 11년 전 펼쳤던 '1.2.3.4 운동'에 불을 다시 지피고 있다. 2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그이자로 병들고 가난한 어린이들을 지원해 왔으나 이율이 떨어진 뒤 한 해 2천여만원의 지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 이에 회원들은 지난달 추가 모금을결의하고 280여명 회원들이 동참하고 있다.

'1.2.3.4 운동'은 회원.임원.부회장.회장 등 '자리'에 따라 구좌당 30만원씩 각자 1~4구좌 출연하자는 것. 그 기금으로 협의회는 지난 10여년 동안 갖가지활동을 펴 왔다. 지난 9월에는 1천명분(1천500만원)의 장티푸스 예방접종약을 사 매일신문사 및 대구시의사회와 함께 수해를 입은 김천지역에서 무료 진료를 했다.

작년엔 몸통 교정 보장구 6개(600만원 상당)를 사 국민재활원(대구) 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게 전했고, 신경섬유종 안면 기형을 앓던 한 어린이의 수술비를 보탰다. 뇌종양.백혈병 어린이들에게 지원금을 보내기도 했고, 분유업체 등과 함께 영유아 보호시설인 대성원 등에 매달 분유와 이유식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정권 회장은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는 이름 모를 환자들을 찾아 보살피자는 뜻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다"며, "회원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어 추가 기금 확보가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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