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공직생활 못잖게 지금 하는 청소일도 보람있습니다". 대구.경북을 돌며 평생을 공무원으로 일했던 강우종(56.대구 성당2동)씨는 꼭 2년 전 정년퇴임하자마자 E마트 성서점에서 청소일을 시작했다.
"퇴임 일주일 전 마침 개장한 이 점포에 들렀다가 그곳 영업팀장을 찾아 갔습니다. 일자리가 있느냐고 물었지요. 험한 일도 할 수 있겠느냐기에 바로 승낙했습니다".
강씨는 일년 반 동안 젊은이들도 힘들어 하는 수천평의 매장바닥 청소, 청소차 운전 일을 거뜬히 해냈다. 지난 8월엔 성서3공단에 있는 이 회사 물류센터의 청소관리자로 옮겼다. 여기서도 바닥 청소나 지게차 운전을 마다 않고 있다.
"매장에서 청소하다 상사로 모셨던 구청장을 만났더니 무척 놀랍디다. 친구들은 제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오해했지요". 대구 중구청 교통지도계장, 공중위생계장, 도로관리계장, 경상감영공원 관리소장 등을 거쳤으니 주변에서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다른 데 있었다. 그는 공직생활을 마감한 동료.선배들이 퇴임 후 의욕 없이 무의미하게 사는 모습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가끔 만나면 새출발 이야기보다는 공무원 할 때의 추억이나 되씹고 소일거리 찾느라 급급한 모습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떤 일을 하든지 무기력하게 노년을 보내지는 않겠다"는 결심은 그때 섰다고 했다.
청소일을 시작하자 처음엔 친구들과 공무원 선후배들의 반대가 적잖았다. 그러나 점차 그들의 마음도 달라졌고, 주위 사람들이 이제는 '응원 부대'로 바뀌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 "출가했거나 직장에 다니는 1남2녀 자식들도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일하다 손가락이라도 다쳐 집에 가면 아내가 감싸 주고 호호 불어 주기도 해 금슬까지 좋아졌지요. 월급이야 공무원 때와 비교가 안되지만 일하는 보람은 그 이상입니다".
강씨는 넉달 전 현재의 집으로 이사한 뒤엔 일요일마다 동네 청소까지 하고 있다. 덕분에 최근에는 '청소 친구'도 생겼다고 좋아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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