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 외서농협은 지난 97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농민들이 재배한 배를 홈플러스 등 대형소매점에 공급하고 있다.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다른 조합과 달리 이 조합의 직거래 비율은 76%로 월등히 높고, 배 판매가격도 다른 조합에 비해 30% 이상 더 보장받고 있다.
도매시장 출하보다 대도시 직거래처 개발을 통한 유통마진 축소에 따른 반사이익이 조합원들의 소득으로 고스란히 연결됐기 때문이다. 회원조합 가운데 경제사업으로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이익을 남기고, 회원조합의 기반을 든든하게 다진 대표적인 성공모델 가운데 하나이다.
김용해(59) 조합장은 "대부분 회원조합들이 농민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제사업보다 당장 돈을 버는 신용사업에 더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농협 본연의 역할인 경제사업과 경제사업을 기반으로 한 이익창출에 관심을 갖지 않는 한 농협의 존재의의는 찾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국 1천370여개에 이르는 회원조합들은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보다 돈을 빌려주는 신용사업에 치중함으로써 생산자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21세기 농협이 오래된 숙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현상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 다수 회원조합들이 신용·공제사업과 경제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으며 경제사업만 하는 일부 품목조합도 신용사업을 겸하기를 원하는 곳이 많다.
이에 따라 회원조합은 농협중앙회 못지 않게 신용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경제사업은 적자사업으로 인식되어 마냥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경제사업은 마냥 적자사업으로 치부해야할까.
어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경제사업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창출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미 국내 회원조합 가운데서도 흙을 모르고 자라는 청소년들이나 도시인에게 땀의 소중함과 뿌린 만큼 거둬들이는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팜스테이를 실시하는 회원조합이 61곳에 이르고 있다.
아직 팜스테이를 찾는 이들은 별로 없지만 확산되는 주5일제, 다양해지는 여가생활 등에 미뤄볼때 팜스테이를 찾는 이들은 점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팜스테이 이용자는 연간 10만명선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팜스테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촌체험, 야외학습센터, 과학관, 평생학습센터, 연장자연수대학 개설 등으로 회원조합들의 수익성 창출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그럼 무작정 뛰어들기만 하면 신용사업은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될 것인가. 한마디로 '노'이다. 농협 회원조합의 신용사업의 수익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예금을 많이 받기만 하면 수익을 올리던 '돈놀이' 시대는 끝난 것이다. 지난 97년 이후 예대마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다 농민의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고객 감소와 시장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또 농촌경제의 피폐로 신용·공제사업의 불량채권이 농협 경영 전체를 압박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중앙회 회장을 비롯해 조합장까지 조합원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직선제의 폐단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89년 민주화에 따라 직선제로 바뀌고도 기대했던 밑으로의 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선거과정에서 금품살포 등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장이 '소황제'로 군림하는 전횡을 일삼아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농협직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관료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생산을 담당하는 직원이 금융부문인 신용사업부로 옮기는 등 비전문적 경영으로 농협의 부실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조합들간에 직원들의 인사교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비리사건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했다.
경북지역의 한 조합장은 "조합장들이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며 "또 조합과 조합원의 신뢰가 중요한 만큼 조합원들도 조합장을 뽑을 때 경영마인드를 갖춘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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