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반미기류 확산 제동

반미기류 확산과 관련, 정치권에서 자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상대측을 겨냥한 책임공방론이 벌어지고 있다.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9일 "전국적으로 반미문제가 확산되고 있고 위험한 수준"이라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등 음모론을 제기했다.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일부 초등학교 수업시간에서까지 반미토론을 한다는데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이 왜 벌어지는지 의심스럽다"며 "현 정권들어 반미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현 정권과 민주당측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 촛불시위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종이냐"고 반박한 뒤 "반미감정을 이용한 건 오히려 이회창 후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운동 등을 줄곧 반미로 몰아세운 이 후보가 선거가 닥치자 서명에 동참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떤 세력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얼버무리는 건 우리 사회를 분열·이간시키려는 작태"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반미기류 확산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은 양측 모두에서 포착되고 있다. 선거판세가 박빙으로 치달으면서 이 후보 측은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꼽고 있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을 우려했을 것이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 측 역시 지지세 확산을 위해 이들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노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여중생 사망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한미관계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불안요소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다"며 반미기류 확산에 우려감을 표했다. 특히 범대위 측의 서명요구도 거부한 뒤 "감정표출을 자제하고 책임있게 현실을 변화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 대표도 "SOFA 개정과 주한미군 철수는 구분돼야 하는데 일부 대선후보가 이를 주장하며 시위에 가담하고 있으나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