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벤처 프로노식과 합작투자

입력 2002-12-10 14:00:00

세계 최대 초음파 및 진단방사선 장비업체인 씨멘스메디칼솔루션의 초음파진단기용 탐촉자(프루브) 생산 관련 장비들이 경주시 건천읍 프로소닉 공장으로 속속 이전되고 있다.

지난 달 7일 지역 첨단벤처기업 프로소닉과 독일 씨멘스메디칼솔루션이 합작투자법인 '씨멘스-프로소닉 초음파기술 주식회사' 설립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생산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씨멘스는 이미 유럽에 있는 초음파진단기용 탐촉자 생산공장 2곳을 폐쇄했다.

올해 수주액 10조원, 매출액 9조원, 전세계 초음파 시장 점유율 22.5% 등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씨멘스메디컬솔루션(직원 3만1천여명)의 위상에 미뤄볼 때 초음파진단기용 탐촉자 분야의 세계 초일류 다국적 기업이 경주시 건천읍에 들어서는 셈이다.

총 자산규모 1천500만 달러(약 190억원)로 출발하는 씨멘스-프로소닉 초음파기술 주식회사는 내년 6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5년내에 300억원대까지 매출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품의 거의 100%가 씨멘스메디칼솔루션으로 납품되는 만큼 판매는 사실상 보장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세계 초일류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첨단기술의 도입 등 경쟁력이 강화됨에 따라 모기업인 프로소닉의 성장세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인하공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한진호(58) 프로소닉 대표는 국내 최초로 PZT세라믹을 이용한 초음파소재를 개발해 지난 1989년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데 이어 초음파탐촉자(초음파 검사시 신체에 접촉시켜 데이터를 읽어내는 핵심부품)를 국산화해 1999년 또다시 석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R&D(연구개발) 중심의 첨단기업을 이끌어 왔다. 본사(경주 건천읍)와 경북대테크노파크, 미국 시애틀 사이매딕사 등 3곳의 연구소를 통해 전세계적 연구 네트워크를 갖춘 것도 남다르다.

초음파 탐촉자 이외에 프로소닉의 또하나 핵심품목인 의료용 케이블 역시 200여 가닥마다 머리카락(0.1~0.4㎜) 보다 가는 6개의 중심선(0.0254㎜)을 가진 초정밀 첨단제품이다. 씨멘스가 전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다 제쳐두고 프로소닉을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이같은 기술경쟁력 우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초음파진단 관련 원료, 각종 소재, 케이블을 모두 일괄 생산하는 업체는 전세계에서 프로소닉이 유일하다.

대도시나 대규모 공단지역도 아닌 경주 건천농공단지에 세계적 기술수준을 자랑하는 다국적 기업 씨멘스-프로소닉 초음파기술주식회사가 탄생한 것은 '전화위복' 그 자체였다.

사실 지난 해만 하더라도 프로소닉은 별 걱정없이 편안한 영업을 해왔다. 국내 최고의 벤처기업으로 꼽히던 의료장비업체 메디슨이 매출의 95%를 해결해 주었다. 그러나 올해 1월말 메디슨이 부도를 맞자 프로소닉은 하루 아침에 생존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소닉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야 했고, 이 결실로 미국 GE, 러시아 텔레메드, 일본 세이코사, 유럽의 민드레이, 테크노바, CX-인포비전, 메델콤 등 세계적 기업의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독일 씨멘스와의 합작법인 설립 논의도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 프로소닉은 앞으로 메디슨에 대한 매출 의존율을 향후 5년안에 50% 이하로 낮출 방침이다.

한진호 (주)프로소닉 및 씨멘스-프로소닉 초음파주식회사 대표는 "중국에 공장을 세우자는 씨멘스측의 요구에 맞서 경주로 다국적기업 본사와 공장을 가져오기 위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의 지역유치로 지역경제발전과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됐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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