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온 국민의 시선이 대통령 선거에 몰려 있는 듯하다. 큰 네거리마다 선거 운동원들의 일사불란한 길거리 유세가 한창이고, 담벼락에는 잘 생긴 인물 사진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올 대선의 향방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그칠 줄 모른다.집안에서도 대선 분위기에서 좀처럼 자유로울 수 없다. TV는 그렇다 치고, 방금 우리 아이들이 우편함에서 끄집어 내어온 선거 홍보용 책자들이 식탁 위에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면 대선이 지척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종종 '당신은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어떤 분들 중에는 아주 노골적으로 이번 대선에 어떤 후보를지지할 것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달라고 협박(?)까지 하는 분도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지금까지 큰 선거든 작은 선거든 간에 기표용지를 드는 그 순간까지 딱히 누굴 찍어야겠다고 확실하게 정한 적은 거의 없었다.그러다 보니 어떤 선거에서는 나 자신이 누구를 찍었는지 조차 모를 때도 있었다.
그러면 필자가 왜 이렇게 반민주적이고 몰지각한 유권자, 줏대 없이표나 찍어 대는 투표기계로 전락하였을까? 나름대로 변명을 하자면 이렇다. 사실 처음에는 필자도 꽤나 소신 있는 유권자였다.
지연이니 학연이니 하는 지긋지긋한 '끈 문화'의 사슬을 끊어 보겠다고 인물 중심의 표를 던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바위에 계란 치기였다. 어쩌다가 필자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된 적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그들도 다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이런 쓰라린 경험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다 얻게 된 것은 마음에 상처뿐이었고, 이제는 누구를 찍어도 마찬가지라는 지독한 선거 냉소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되고 말았다.
이번 선거라고 예외가 될 만한 징후는 없으니 이 고질병도 치유될 리 만무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하나같이 휘황찬란한 학벌과 배경, 경륜을두루 갖춘 똑똑한 사람들이 망쳐 놓는 이 미스터리한 나라를 다시 일으킬 메시아를 기다리며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어쨌거나 이번 대선에도 투표장은 꼭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투표일은 노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기독교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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