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 부인 권양숙씨는 9일 밤늦게 5박6일만에 서울 명륜동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챙기지 못한 지역을 구석구석 찾느라 예정된 일정을하루 넘겼다.
부산.경남과 울산 등 PK지역이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자 주요 일정을 이 곳에 맞추는 한편 내친 김에 대구.경북지역의 재래시장과 사회복지시설까지 찾아다녔다.
이날 대구에서는 대구은행본점에서 열린 대구시민프로축구단 시민주 공모에 참여했고 선명보육원과 자유재활원 등을 찾아 원생들과 잠시나마 시간을 보냈다.
이어 평화시장을 방문, 시장 상인들과 주부들의 손을 잡았다. 권씨는 이곳이 며칠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다녀간 곳이라는 설명에 "선거를 여러번 해봤지만 이 정도면 분위기가 아주 좋은 것"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노 후보가 총선이나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지금처럼 적극적인 내조유세를 했느냐고 물었다. 권씨는 "총선 등에서야 부인이 지원유세하는 일은 없지 않느냐"면서 "정치인의 아내로서 내조라는 것은 내 이름을 걸고 사회활동을 안 한다 뿐이지 집에서 살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경상도 아줌마'였지만 권씨의 말에서는 대통령후보 부인으로서의 이력이 묻어났다.
노 후보 홈페이지서 소개된 권씨는 지금은 바뀌었지만 처음에는 '옆집 아줌마 권양숙'이었다. 권씨는 "보통 주부처럼, 자기 엄마처럼 생겼다고,다들 푸근한 느낌이 든다고 칭찬해주신다"면서 "동네 미장원 가고, 동대문시장 가고 그러니까 다른 주부들과 다를 것이 없고 제 마음도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의 발길이 못 미치는 지역이나 행사에 나가서 남편을 대신하여 인사하는 일이 많다"면서 "후보가 직접 인사는 못 드려도 행사를준비하고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씨가 선거기간중 가장 신경써서 챙기는 일정이다.
권씨는 "사회의 구석진 곳과 소외된 분들에 대한 보살핌도 또한 후보 부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가는 곳마다 복지시설이나 시장민심을 꼭꼭 살핀다.
권씨에게 노 후보가 당선돼야하는 이유를 물었다. 권씨는 머뭇거림없이 "낡은 정치를 버리고 새 정치를 만들어갈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노 후보는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사회의 보통사람,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해 왔고 각종 비리나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당당한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부부생활도 궁금했다. "저 또한 경상도 여자"라고 말을 꺼낸 권씨는 "남편도 무뚝뚝하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하는 식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이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여성에 대한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많이 변했다"면서 "지금은 아내인 저를 존경하며, 어려울 때마다 용기와 지혜를 주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자신이 쓴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견딜수 없는 초조감과 불안감에 나는 급기야) 아내에게 손찌검까지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씨는 "지금은 부부싸움을 할 시간조차 없다. 언제 싸웠는지 까마득하기도 하다"며 "나이가 들면서 서로의 이해와 대화의 폭도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골프얘기도 물었다. 권씨는 서슴없이 "95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뒤 서울로 올라와서 여의도에 살때 주위 친구들의 권유로 배웠다"면서 "동네 골프 연습장에서 운동 삼아 배웠지만 필드는 거의 나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골프가 서민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운동이라는 점을 의식하는 듯 했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노 후보의 여자문제에 대해서는 "나훈아의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 번 보고~~' 하는 노래를 남편이 구성지게 한다"면서 "그러면 제가 '그 여자 누구냐' 하는 식으로 바가지를 긁은 적은 있습니다만 여자문제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권씨는 대신 노 후보가 민주화운동할 때 보증을 서줬다가 집을 날릴뻔한 적이 있어 그 후로 경제권을 자신이 쥐고 집도 자신의 명의로 했다고 밝혔다. 권씨가 잘하는 요리는 '설채'라는 경상도 음식이다. "음식 맛이야 각자 다를 수도 있지만, 빨리 만드는 재주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권씨는 "그러나 밥이 보약"이라면서도 "건강은 타고 났는지 최근 몇 년간 의료보험증을 온 식구가 써본 적이 없고 특별히 가리는 음식없이 잘 먹는다"고 말했다
권씨는 "딸은 아버지가 항상 희망을 지닌 사람, 꿈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면서 "영국대사관에 근무하는 딸은 남편이 국민경선에서후보가 되자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지금 휴가를 내 나를 따라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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