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천국-(상) 개인 주체시대-엄청난 전파력 사회적 변혁 주도

입력 2002-12-10 00:00:00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이용자 수 2천600만명 세계 5위, 초고속망 가입자 4년만에 1천만명 돌파… 이렇게 폭발한 인터넷 보급이 몰고온 사회적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다. 3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여중생 신효순·심미선양 사건이 시민들을 '민중항쟁'의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 오는 14일엔 전국적으로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이 사건도 6개월 전 발생 당시에는 세인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신문·방송들이 거의 단순보도로 그쳐 사건 자체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몇년 전에 이 일이 일어났더라면 그대로 묻히고 말았을 지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그 소식을 전파하는 또다른 매체가 성장해 있었던 것. 그것이 바로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은 사고 당시의끔찍했던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 신문들은 여론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특히 미군 병사들의 무죄 판결 이후 지난달 27일부터는 '야후' 'MSN' 등 사이트가 메신저(즉석 메시지 전달) 기능을 통해 '하얀 리본'과 '삼베 조각'을 전파했다.

'▷◁ '과 '▦'표시는 네티즌들에게 급속도로 전파됐고 사이버 시위로 이어졌다. '다음'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동호회 게시판들은 연일 미군 규탄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2년 전 5·18 전야제에 참석했던 386세대 몇몇 국회의원들이 벌인 술판 이야기도 인터넷이 아니었으면 그냥 묻혔을 경우였다. 자신들의 경험이나 주장을 표현할 길이 없어 침묵했던 개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제는 당당한 주체로 나선 것이다.

개인 중에서도 특히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97년 경우 전체 인터넷 이용 인구의 30%에도 못미치던 여성이 2000년 9월 38.6%로 증가한 뒤 2001년 9월에는 42.7%까지 높아졌다.

정보통신부는 2000~2001년 사이 인터넷 이용자 증가율에서는 여성(30%)이 남성(23.7%)을 앞질렀고, 주부 이용률은 2000년 말 19.6%에서 일년 사이 33%로 높아졌다고 집계했다. 그 덕분에 한 업체 경우11월 매출이 일년 전보다 3배로 폭증하는 등 인터넷 쇼핑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기도 했다.

대구미래대 멀티미디어정보과 유호성(46) 교수는 "앞으로도 사회구조가 거대 조직보다는 개별 소규모 조직 중심으로 재편되고 개인의 힘이증가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우 인터넷 이용자 분포에서 2000년 1/4분기 처음으로 여성 비중(50.4%)이 남성을 앞질렀을 정도이다.

인터넷의 전파력이 갖는 이같은 파워때문에 행정기관·기업 등도 초비상 상태이다. 동아쇼핑 최경진 홍보팀장은 "인터넷에 비판적인 글이 오르면 매출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정도로 그 위력이 엄청나다"며 "영업 일선에서는 인터넷을 '까다로운 시어머니'라 부를 정도로 고객불만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 홈페이지의 올해 접속 건수는 470만여건. 지난 5년간 전체의 296만여건보다 많다. 시민들은 시정을 질타하면서 정책 반영을 당당히 요구하고, 심지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오프라인 행동에 나서기까지 한다.

시 강일광 홈페이지 담당자는"인터넷 이용이 급증하면서 시청을 직접 방문하는 민원인이 감소한 반면 각 부서에서는 인터넷 민원 처리가 중요 업무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가공할 파워때문에 인터넷은 까딱 터무니 없는 파괴력으로 사회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 'O양 비디오' '백지영 비디오' 등이 극단적사례. 회사원 진모(27·대구 신매동)씨도 "대학 여자후배와 교제하던 남학생이 결별 후 인터넷에 'ㅇㅇ와 그렇고 그런 짓을 했다'는 허위 글을 올리자 하룻밤 사이 대학내 각 동아리 게시판으로까지 퍼져버린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었다"고 전했다.

대구시내 한 구청의 여모(43)씨는"인터넷 등장으로 걸러지지 않은 이야기가 마구 나돌아 업무에 지장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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