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거듭나라-얼굴만 구조조정

입력 2002-12-10 00:00:00

대구.경북에서 잇따라 발생한 농협의 경제 및 신용부문 비리사건을 계기로 농협이 농민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농협의 난맥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농협은 구조개혁의 대상으로 지적됐지만 개혁은 흐지부지됐다.지난 2000년 7월 농.축.인삼협중앙회가 통합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성공적 개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합과정에서 불거졌던 농협과 축협의 갈등이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많은 축산인들이 축산부문이 실제로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중앙회 통합의 최대 목표는 3개 중앙회를 통합해 기구와 인원, 관리비를 축소하여 그 이익을 회원조합과 조합원에게 돌려주고 회원조합과 중복되는 중앙회의 사업장을 회원조합으로 이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앙회의 비대화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고 중앙회가 회원조합 중심으로 전환되지도 않았다.중앙회 통합으로 통합 이전의 3개 중앙회의 전체 조직은 축소됐지만 통합 중앙회는 과거와 비교해 더욱 거대해졌다.

또 회원조합 위에 군림하는 중앙본부-시도지역본부-시군지부-회원조합의 4단계 조직구조는 더욱 고착됐으며 이는 고비용과 저효율의 중앙회 중심구조이다.조직이 비대해진 것뿐만 아니라 중앙회가 독자적 사업을 함으로써 회원조합과 경합하면서 마찰을 일으키고 회원조합이나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중앙회의 수익증대에 더 관심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민을 위한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보다 돈을 빌려주는 신용사업에 치중함으로써 생산자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농업경제와 축산경제는 각각 6조2천515억원과 2조6천256억원 규모인 반면 신용사업은 71조6천518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계획과 실적을 비교해 보면 신용사업은 111.1%로 계획을 상회했지만 농업경제와 축산경제의 실적은 각각 90.6%, 91.2%로 저조했다.하지만 신용부문에서 1인당 생산성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것도 아니다.

농협의 1인당 총자산 규모는 지난해 국민은행의 73.2% 수준이고 1인당당기순이익은 34.6%로 더욱 떨어지는 등 금융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런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합병대상으로 지정된 부실조합 71개중 불과 24곳만이 실제합병이 완료되는 등 농협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하다. 이들 조합의 부실규모는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농협 구조조정기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류진춘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통합 농협이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농협이 여전히 농민들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 나지 못하고 있다"며"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직원들의 비리사건도 외형적인 구조조정에 몰두한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감사 등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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