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건강검진 문제 뭔가

입력 2002-12-09 15:06:00

대구·경북에서는 올 상반기에만도 274명의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았다. 작년 같은 기간(228명)보다 20%나 늘었다. 때문에 '건강검진'에 대한 근로자들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하지만 현재 방식의 검진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잖다. '구멍'이 많다는 것.

◇어떤 문제 있나?=전국적으로 수십만명의 근로자가 검진에서 소외되는 외에도 현재 방식의 검진제도 자체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지적된 문제점 중 하나는 일반검진 23개 항목의 적절성과 관련된 것. 조홍준 건강연대 정책위원장은 △우리 특유의 역학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항목이 선정돼 있고 △검사실 검사 위주로 편성돼 있으며 △후속 관리가 미흡하고 △진료·검진이 분리돼 있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미국(US Preventive Task Force) 캐나다(Canadian Task Force) 등 검진기관의 검사 항목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간기능 검사, 심전도 검사, 요검사, 흉부 X선 촬영 등 일부 검사는 제외돼 있는 등 검사 항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 조 위원장은 "이 때문에피검진자는 불필요한 검사를 받고 보험재정은 그 나름으로 또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특수검진은 더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고 했다. 특수검진 대상 사업장인지 판명하기 위해 하는 작업환경 측정 비용을 사용자에게 떠맡김으로써 이를 기피할 경우 특수검진 대상에서부터 제외된다는 것. 이와 관련해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소음 1개 분야 측정을 위해서도 사용자는 30만원을들여야 한다"며, "영세사업장은 이를 기피해 직업병 조기 발견도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노동건강연대' 조사 결과, 암·호흡기질환 등으로 인해 업무상 질병 요양 승인을 받은 근로자의 90%가 특수검진이 아닌 개인 진료를 통해 질환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일반검진과 관련, 건강연대는 우리의 역학적 특성에 맞는 검진항목 추가 및 부적절한 항목 삭제를 주장했다. 우선적으로추가돼야 할 항목은 암 검진이라는 것. 경북대 의대 송정흡 산업의학과 교수도 "재정 여건이 문제될 수 있으나 암을 조기 발견토록 하기 위해서는 정기 검진이 제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연대는 불과 1, 2분만에 끝나는 집단 검진도 개별 검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 경우 1996년부터 개별검진화하면서 검진일을 공가 처리하자 검진 참가자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노동부 이상준 사무관은 "2004년부터는 개별검진이 늘도록 제도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사무직 근로자의 검진 횟수 역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생산직은 연 1회, 사무직은 2년 1회 검진토록 하고 있으나 스트레스성 질환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해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건강연대 전수경 사무국장은 "정부가 모든 사업장에 대해 검진을 의무화시키기만 했을 뿐 사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며, "영세사업장이 특수검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가 작업환경 측정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상준 사무관은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는내년부터 국고 지원을 10배 이상 늘려 검진 소외자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진 어떻게 진행되나?=근로자 검진은 '일반검진'과 '특수검진' 2가지로 나뉘어 있다.23개 항목인 일반검진은 사무직 경우 2년 1회, 생산직 경우 연 1회 받도록 돼 있다. 비용은 2만4천570원(남자)∼2만8천530원(여자). 건강보험공단보험재정에서 부담한다. '특수검진'은 일반검진을 받을 때 특정 작업환경에 맞춘 진단을 추가로 받는 것이며, 추가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검진 규정을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검진기관이 추가 검사 필요성을 판단했는데도 지키지 않으면 또같은 형량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작년에 27개 사업장 사용자가 사법처리됐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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