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공관을 시민품에

입력 2002-12-09 15:17:00

외국에는 대통령궁도 관광수입을 위해 개방하거나 시장공관을 공용시설로 개방하는 곳이 수두룩 하다. 최근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이 시장 관저중 절반이상을 탁아소로 개조한다는 소식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과거 파리시장시절 썼던 화려한 방들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큰방은 인형극 공연과 동화읽기용 공간으로, 목욕탕은 아이들 수면실로, 높이 5m의 화려한 샹들리에는 아이들이 공놀이 하다 다칠까봐 다 떼어낸다는 것.

▲우리나라도 지난 80년대 각시도마다 중앙에서 부임하는 시장 도지사가 사용할 관사를 건립했었다. 이 관사들은 그냥 시장·지사만 거처하는 곳이 아니라 대통령이 지방 순시때 머물수 있도록 호화롭고 권위있게 꾸며졌다.

보안을 위해 일반 서민들은 감히 근접조차 못해 신비스런 존재로 까지 여겨온 곳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시대가 되면서 민선 단체장들이 대개는 자신의 지역구에 살고 있으므로 별도의 관사가 필요 없게 되자 상당수가 주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로 용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1980년에 건립된 경북지사 관사는 당시 대통령이 지방순시때 머무는 곳으로 활용됐다. 대통령이 지사관사에 머물면 괜찮았지만 어쩌다 수성관광호텔에 여장을 풀면 뒷산까지 경호원이 이잡듯 검색해 경호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다. 그러다 95년부터 98년까지 소방본부, 감사장, 경북장학회, 경북통상, 도립국악단 사무실로 활용되기도 했으나 장소가 외지고 불편해 다시 지사관사로 쓰고 있다.

부산시는 안상영 시장이 선거 공약대로 공관을 개방키로 하고 박물관, 노인복지시설, 영상 미디어센터등 다양한 용도로 전환할 것을 검토중이다. 인천시장 관사도 최기선시장때 이미 시사편찬위에 내 주었다. 대전시장과 울산시장 관사도 어린이 집으로, 제주도지사 관사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란 것. 그외 기초자치단체 역시 시장·군수 관사를 대부분 복지시설로 전환했거나 직원들의 합숙소로 쓰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현 청와대가 '경복궁 능멸'을 노린 일재 잔재로 대통령 관저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우선 위치가 너무 높은곳에 자리잡고 있어 위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이 자리는 원래 대원군이 경복궁을 지을 때 무인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경무대 자리였다. 총독부 시절 총독 관저로 쓰면서 경복궁을 눌러 민족정기를 부수려는 일본의 저의가 다분이 담긴 곳이다.

이 청와대를 개방해 경복궁과 연계해 시민의 푸른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지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어느후보하나 청와대를 개방하겠다는 공약은 찾아 볼수 없다. 권위를 버리기는 아깝기 때문일까.

도 기 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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