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좌담회-"인프라 마무리…국제경쟁력 높일 때"

입력 2002-12-09 15:33:00

대구경북지역 섬유산업 구조고도화 전략인 '밀라노프로젝트'가 내년말 만료된다.지난 99년부터 추진해온 제직, 염색, 패션 등 분야의 정보화시스템, 연구개발 설비 등 인프라 구축이 대다수 완료됐다.

이젠 지역업계가 이 기반시설을 활용해 신정보, 신소재, 신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다. 밀라노프로젝트로 구축된 하드웨어를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최근 대선 유력 후보들도 모두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신문사와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가 지난 5일 매일신문사 3층 회의실에서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 지상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

김승진 영남대(섬유패션학부) 교수

박노하 대구경북견직물조합 이사장

이정인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지역개발실장

이진훈 대구시 경제산업국장

사회=최미화 매일신문사 경제부장

-밀라노프로젝트의 추진현황과 성과, 추진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은.

▲김승진=섬유산업 육성을 위한 하드웨어를 구축했다는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향후 운영에 대한 우려가 있다. 90% 이상이 임생산 기업으로 구성된 대구 섬유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업계 참여도나 시설활용도면에서 부정적 측면이 있다

. 특히 개별 연구소 단위로 사업을 기획·추진, 전체 사업을 기획하고 조율하지 못한 바람에 운영상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정인=산업인프라 전반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통상 6년이 지난 뒤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는 상황이 바뀌면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 사업방향을 제대로 끌고 가느냐에 대한 평가, 시설투자 및 운영방향에 대한 자체점검이나 외부평가가 있어야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밀라노프로젝트 4년동안 총괄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박노하=4년간을 평가하기는 무리다. 섬유·패션도시인 이태리 밀라노도 수천년 로마문화의 기반위에서 가능했다. 밀라노프로젝트는 댐건설과 같아 당장 목마른 사람에게 물공급을 해주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목마른 섬유업체에 해외 공동마케팅과 같은 지원책이 시급하다.

▲이진훈=대구 섬유산업은 부산 신발, 광주 광산, 경남 기계 등에 투입된 국비 6천억원 가운데 2천300억원을 지원받았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사업에 대해 단기적인 평가와 함께 향후 전망이나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밀라노프로젝트의 목적은 연구소 자체의 존립이나 연속성 확보에 있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밀라노프로젝트는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구조적 약점이 있었다. 사업의 공·과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향후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에 적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김승진=밀라노프로젝트는 추진기관을 연계·조정하고 결과를 책임질 중심주체가 없었다. 사업별 위원회를 중심으로 중간점검은 있었지만 전체를 조율할 수 없어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의 경우 전체 사업을 기획·조정하고 사업전반을 책임질 수 있는 산·학·연 중심의 '기획단' 구성이 필수적이다.

▲이정인=시스템간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시스템이 업종별, 연구소 중심으로 이뤄져 연계성이 떨어졌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핵심인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에서는 횡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총괄 운영위원회' 또는 '기획단'을 예로 들 수 있다.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의 추진방향과 중점과제는.

▲이진훈=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의 큰 방향은 소프트웨어 개발쪽이다. 세부적으로 산업퓨전화, 독립기업화, 산업현장 중심, 시장중심 등 4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먼저 섬유는 신산업과 연계해 IT, NT, BT화해야 부가가치가 높고 고급인력 유입도 가능하다. 생산성 향상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둘째, 임가공·하청업체들이 독립기업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존 형태로는 국제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독립기업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연구소 중심에서 산업현장 중심으로 가야한다. 연구소가 아닌 업계가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지원해야 한다. 넷째, 기획력 제고와 패션산업과의 연계, 공동마케팅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Needs) 즉, 시장을 중심에 둔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

▲김승진=신소재 연구개발, 마케팅 활성화, 무역사무소 지역이전 등을 밀라노프로젝트 추진방향으로 꼽을 수 있다.

우선 기능성 소재 및 차세대 직물개발, 산자용섬유 비중확대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적극 뒷받침돼야 한다. 섬유개발연구원 신제품개발센터 및 방사설비, 염색기술연구소 설비 등을 연계 활용해 의류용 직물을 기능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일본,유럽 등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비의류용(산업용) 섬유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니트소재 개발도 신경써야 한다.

국내·외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사(絲), 직물, 염색가공 임생산 기업의 마케팅과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갖추고 해외마케팅 거점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생산과 마케팅의 일체화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 방안으로 지역 중견기업(약 30개) 무역사무소의 지역 이전을 들 수 있다. 서울무역부의 대구이전은 15~20%의 생산원가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결국 제품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패션어패럴밸리, 유통단지, 서대구공단을 연계하는 '섬유산업 벨트'에 무역사무소를 유치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진훈=서울무역부 이전을 위해서는 공항, 호텔, 국제기관 등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 대구 섬유산업 특구지정 등을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박노하=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는 지역 섬유산업 전체의 총체적 발전을 위한 사업이 돼야 한다. 지역 섬유산업은 대다수 업체가 해외 바이어와 연결고리를 갖지 못한 임·하청업체란 점이 최대 약점이다.

그나마 기존의 종합무역상사가 섬유부서를 폐쇄하고 대기업 해외지사도 철수하는 바람에 해외마케팅이 취약한 실정이다.이런 면에서 기존 섬유인프라를 통한 신제품, 신기술 개발과 함께 해외공동마케팅 시스템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

공동마케팅은 수요자 요구를 파악하고 수출창구, 납품반응 등에 대한 정보분석을 통해 시장개척의 방향을 제시하고 해외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밀라노프로젝트 단위사업을 통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염색기술연구소, 한국패션센터와 지역 섬유관련 단체들이 협력한다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의 운영방향은.

▲김승진=기반시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먼저, 연구소 하드웨어를 통한 소프트웨어 투자다. 각 연구소에서 나온 안을 적극 수렴하되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기존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많은 업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산·학·연 운영시스템을 꾸린 뒤 과제를 선정·수행해야 한다.

다음은 임생산업체들의 마케팅 및 제품 기획력 제고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지역 섬유관련 단체들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끌어내야 한다

▲이정인=섬유관련 단체를 아우르는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가 중심주체가 돼 연구소간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각 연구소나 단체도 현직 기업인보다 전문경영인이 운영해야 하며 인프라의 활용주체는 각 조합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조합이 회원업체에 대해 사업추진과 인프라 활용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해야한다.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는 업계가 중심이 돼 직접 참여하고 활용하고 합심해야 성공할 수 있다. 업계가 이런 시스템에 부응하면 경쟁력을 높여 생존할 수 있을 것이고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박노하=조합·단체장이 전문경영인이 돼야 한다는 면에 동의한다. 이사장이 개인 기업가가 되면 그만둘 경우 지속성이 떨어져 단절현상이 생긴다.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도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지역 업체는 95%가 하청업체이며 나머지 5%도 대다수 해외지사를 없앴다. 결국 해외마케팅 지원이 없으면 섬유업체 생존도 없으며 밀라노프로젝트의 효과도 낼 수 없다.

▲이정인=프로젝트 운영방식이 중요하다. 각 업종들간 정보공유를 통해 사업을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가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각 사업을 조정해서 자금을 배분하고 사업평가까지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섬유산업의 혁신을 위한 21세기형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섬유업계도 기존의 대량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 생산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박노하=밀라노프로젝트는 정보화사업 등 일부 중복투자가 있었다.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중복성을 탈피해야 한다.

또 조합과 업체들이 중심이 돼 가장 IT화, BT화 할 수 있는 미래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경영'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해외마케팅 거점인 '한국섬유직물센터'는 해외현지 섬유정보와 소비자 요구를 파악해 이에 대응하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이진훈=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는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가칭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업계가 필요로 하는 생산과 직결되는 방향으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패션·봉제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패션어패럴밸리의 조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지역 섬유·패션관련 대학, 연구소를 통해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이와 별도로 업계는 마케팅뿐 아니라 제품 생산기지도 중국, 북한 등지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밀라노프로젝트는 섬유산업에 대한 업계의 인식전환을 가져오게 했다는 점도 큰 성과이다. 섬유산업의 첨단산업 전환과정에서 중앙정부의 폭넓은 지원이 더욱 절실한데.

▲이정인=밀라노프로젝트는 지역산업진흥계획 중 4개 도시 지역특화산업 육성책 중 하나이며 이런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진훈=투자는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섬유와 신산업중 어디에 얼마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한쪽 비중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섬유,기계,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에 대해 투자비중과 방법 등이 고려돼야 한다.

부산 신발산업 육성은 사업자체의 영속성이 불확실하지만 대구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산업기술평가원 등의 평가나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자체 기획·점검과 평가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정인=대구·경북 이외 타 지역 업체도 대구 섬유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산업자원부도 밀라노프로젝트를 위해 연구소 인프라를 투자했다면 기본적 운영이 가능토록 재정보조도 해야 한다. 연구소가 제대로 운영돼야 인프라 활용의 활성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스트밀라노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뒤 산업현장에 파고드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대구시는 업계 활용실태를 파악하고 조합·단체·연구소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업계의 적극적인 활용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정리=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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