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천도재 열려

입력 2002-12-09 12:25:00

"호연아 철원아 영규야 찬인아 종식아, 이곳에서 못다이룬 꿈 저 세상서 맘껏 펼치렴". 8일 오전 9시 30분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유골발견현장. 개구리 소년 청혼제에 참석한 유족 등 100여명은 억울하게 희생된 어린 영혼들을 달리기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하늘도 소년들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는지 추적추적 비를 뿌렸다.

동화사 덕현스님의 집전으로 청혼의식이 시작되자 유족들과 전국에서 몰려온 추도객들은 너나없이 눈을 감고 염불에 동참했다. 유골발견 현장 주위를 떠도는 가녀린 혼령들이 모든 고통을 잊고 극락왕생 하라는 한마음이었다.

와룡산의 청혼의식은 팔공산의 영가천도의식으로 이어졌다. 하늘마저 흐느끼던 날. 개구리소년 영가천도재(靈駕薦度齋)가 열린 팔공산 동화사에는 눈이 내렸다. 영가천도 법요식 개회가 선언되고 삼귀의례에 이어 찬불가가 울려퍼지자 1천여명의 사부대중들은 두손을 모았다.

오전 11시25분쯤 영단이 마련된 동화사 통일대불전에 낯익은 소년들의 영정과 위패를 든 유족들이 도착했다. 11년 세월. 아직도 눈물은마르지 않았다. 유족들은 다시 오열했다.

영가전에 분향.헌화를 하고 추모사와 애도사가 이어지는 동안 종식.찬인.호연군의 어머니는 합장을 하고 염주알을 넘기며 슬픔을 가누려 애썼다. 철원군의 아버지도 글썽이는 눈물을 끝내 감추지 못했다.

유족을 대표해 인사에 나선 김현도(종식군의 아버지)씨는 "그동안 아픔을 함께 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범인을 꼭 검거해 비명에 간 어린 원혼들을 위로해 달라"고 울먹였다.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은 법어를 통해 "인연으로 왔다가 인연으로 가는 무상의 도리를 깨우치고 이제는 극락왕생 할 것"이라며 "유족들도 마음의 집착에서 벗어나 슬픔과 분노를 추스르라"고 주문했다.

추모시 낭독과 조가 합창에 이어 영산회상이 장엄하게 흐르는 가운데 본격 영가천도의식이 진행되자 유족들과 각계 인사 및 시민.불자들은 여섯 소년들의 영가전에 술잔을 올리고 합장했다.

개구리 소년들의 위패와 영정이 담긴 반야용선에 불이 붙고 조촐한 유품들이 한 줌의 재로 흩어지자 유족들의 얼굴에도 눈물 대신 애틋한 혼령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기원이 자리했다.

온 국민의 슬픔과 염원을 뒤로 한채 소년들은 그렇게 떠났다. 분분한 백설 속으로. 한시대의 아픔이 사위어갔다. '곱디고운 베옷 입고 꽃신 신고 가는 님아. 이승의 정 훌훌 벗고 고이 가소 정든 님아...'.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개구리소년 사건 수사본부가 유해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다시 맡기겠다며 두개골 인도를 요구, 경북대 법의학팀과 갈등을 겪고 있다. 수사본부는 법의학팀이 두개골 외부 손상 흔적과 관련해 두 달이 지나도록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하자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다시 의뢰키로 하고 검사 지휘를 받아 인도 요청서를 법의학팀에 보냈다.

대구경찰청 조두원 수사과장은 "범인 검거를 위해서는 두개골 외상 흔적과 관련한 단서를 찾는 게 급선무"라며 "공구 흔적에 대해서는 의사보다 국과수 공구흔 감정전문팀이 더 전문적이어서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북대 채종민 교수는 "법의학자를 제쳐두고 국과수에서 두개골 감정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현재 진행 중인 두개골 본 뜨기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두개골을 넘겨주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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