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세대 프로야구 선수들은 프로의식이 몸에 배여 자신의 몸 관리에 철저하다. 현역 선수 중 최고참급 일부 선수들은 경기 중 덕아웃을 빠져나와 서둘러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즌 후 술을 마실 뿐 시즌 중에는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으며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홈런왕' 이승엽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은퇴한 선수들 중에는 전날 술을 진탕 마시고 다음날 경기에 출전, 타석에서 헤매거나 마운드에 나와 승리를 챙겼다는 일화도 남기고 있다. 시즌이 시작되면 매주 6경기씩 팀별로 연간 133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요즘에는 빡빡한 일정상 술을 마시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그러나 프로 초기에는 시즌 중에도 술을 마시는 낭만(?)이 있었다. 매주 2, 3경기를 뛰며 연간 팀별로 80경기를 뛰는 데 그쳤던 당시에는 경기가 없는 날 훈련을 마치거나 낮 경기가 끝난 후 술집으로 향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오대석 전 롯데코치는 "당시 우리는 프로 의식이 몸에 배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면 2, 3일 여유가 있기 때문에 동성로에 아지트처럼 여기는 다방에 모여 대화를 나누다 술집으로 향하곤 했다"고 말했다. 시즌 일정이 느슨해서인지 시즌 중이라도 훈련과 경기할 때는 열심히 뛰고 나머지 시간에는 술을 마시는 등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오대석은 82년 6월12일 부산 구덕야구장(당시에는 연고지가 아닌 구장에서도 경기가 열렸다)에서 열린 삼미 슈퍼스타즈와의 경기에서 프로 첫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이종두가 대구상고 시절 봉황기 대회에서 국내 첫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지 몇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첫 타석 2루타를 시작으로 안타, 3루타를 차례로 친 뒤 네번째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그는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대기록을 세운 줄 모르고 있다가 당시 삼성의 문용운 기록원이 축하를 건네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줄 알게 됐다. 그는 경기 후 숙소에서 서영무 감독이 건네주는 축하주를 마신 뒤 동료들, 기자들과 함께 다시 축하주를 마시러 나갔다.
오 전 코치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대기록을 세워 기분이 날아갈 듯 했습니다. 그런 특별한 날은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죠"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프로 의식이 투철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경기 일정이 빡빡하지 않아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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