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몰표의 함정

입력 2002-12-06 14:27:00

"호남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는 호남에서의 전폭적인 지지세가 노골화될 경우 영남이 반사적으로 똘똘 뭉칠 역풍을 우려해 호남 유세를 자제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 후보는 공을 들여봤자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호남으로의 발걸음을 자주 하지 않는다".

호남출신 개혁적 국민정당 관계자가 사석에서 털어놓은 호남의 현주소다. 민주당은 너무 많아 일부러 외면하고 한나라당은 너무 적어 아예 포기하는 현상은 왜 빚어졌을까. '몰표 탓'이란게 이구동성의 대답이다.

100%에 육박하는 몰표를 던져준 결과가 사정은 각각 다르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로부터 공개적인 구애를 받지 못하는 지역으로 매겨졌다는 것이다. 대선 투표일이 아직 10여일 남았고 투표결과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데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똑같이 '호남은 누구 표'라고 일치된 판세분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의도에서 바라보는 대구.경북의 현주소는 무엇일까. 민주당 후보가 당내에서조차 흔들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정몽준의 후보단일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을 때 정치권의 중론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구.경북을 바라보는 시각도 입장만 서로 바뀌었을 뿐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굳건한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굳이 영남당이란 소리를 나오게 할 필요가 없고 민주당으로서는 공을 들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지역을포기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대선이 양강 구도로 자리잡으면서 상황은 약간 바뀌었지만 근본 시각은 여전하다. 정치권과 보도진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후보별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5일 "일부 여론조사 결과는 의심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남 대변인이 의심스럽다는 증거로 내세운 대목은 대구.경북의 여론 조사결과 수치였다. 한나라당이 분석하는 수치에 비해 엄청나게 적게 나온 것을 볼 때 믿을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반 DJ정서로 치러진 지난 16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영남지역의 압승을 기대한다. 호남표를 상쇄할 몰표를 바란다.지역출신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지역의 전폭적인 지지로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기대하고 다짐을 한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전폭적인 지지를 장담하는 지역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보면 지금 호남이 겪고 있는 상황이 대구.경북에서도 일어날 수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는다. 균형을 잃어버린 정치적 선택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지역의 소외를 우려한다.

그러나 이들 의원들은 몰표가 가져올 수도 있는 미래의 함정을 "공자님 생각"이라고 일축하며 이번 대선에서는 일단 달라고 한다. 지역출신 전직의원은 "최근 몇년간은 반 DJ만 외치면 모든게 통했다. 그러나 반 DJ의 편안한 환경에서 자란 지역 정치권이 DJ가 사라지고 난뒤에는 어떻게 해 나갈지 걱정"이라고 지적한다.

서영관 정치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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