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영길 후보만 재미봐서야

입력 2002-12-04 14:48:00

3일밤의 TV 토론은 깊이 있는 정책경쟁, 즉 구체적인 각론(各論) 공방엔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는 점, 인신공격성 질문과 답변에 시간을 낭비함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점 등에서 '기대이하'였다.

광고PR만 보고 극장 구경갔다가 김샌 것과 흡사했다. 그리고 어제는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가장 재미본 날이었다. 2강(强)끼리 싸우는데 '1약(弱)'의 권 후보는 상처하나 입지 않고 두 후보를 혼내줬기 때문이다. 결국 첫 TV토론은 방식의 효율성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어제 사회자가 내어준 시험문제는 북핵문제·SOFA·통일방안·도청의혹·지역주의·검찰중립·정치개혁·부패척결·통일안보 문제 등 무려 아홉개였다. 진행시간 120분, 한 주제에 고작 12분 정도면 세 후보가 요점정리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다.

여기에다 짬짬이 상대방 비방에 초까지 치게 되면 정책은 수박 겉핥기가 되고 만다. 사회자가 질문주제 수를 줄이지 않고는 이미 신문에 다 보도된 발언, 단답형 부실(不實)토론이 불가피하다.

또한 논쟁방식도 문제였다. 바로 질문-답변-반론-재반론의 4단계 논쟁방식은 질문자에게 공격권을 주기 위함인데 정작 질문자는 '반론'하나로 끝이고, 상대방에게 첫 답변권과 재반론권이란 두번의 기회를 줌으로써 사안에 따라 불만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특히 권영길 후보를 참여시킨 3자토론은 기회균등의 원칙엔 맞지만 토론의 질과 '재미'에선 문제가 있었다. '2강'은 괜히 권 후보 건드려서 득될 것 없다고 피해 가기 바빴고, 권 후보는 싸잡아 심판도 하고 제 주장도 관철시킨 토론회였다. 1대1 토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10일은 '경제' 토론이다. 그땐 부디 상대방 흠집내는 발언은 사회자가 규제하기 바란다. 예를들어 이회창 후보는 DJ경제실책을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그 연장선상에 노 후보를 놓지말라. 노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IMF원인론'까지로 거슬러가지 말라. 그리고 유머감각은 왜 그리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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