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밤의 TV 토론은 깊이 있는 정책경쟁, 즉 구체적인 각론(各論) 공방엔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는 점, 인신공격성 질문과 답변에 시간을 낭비함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점 등에서 '기대이하'였다.
광고PR만 보고 극장 구경갔다가 김샌 것과 흡사했다. 그리고 어제는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가장 재미본 날이었다. 2강(强)끼리 싸우는데 '1약(弱)'의 권 후보는 상처하나 입지 않고 두 후보를 혼내줬기 때문이다. 결국 첫 TV토론은 방식의 효율성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어제 사회자가 내어준 시험문제는 북핵문제·SOFA·통일방안·도청의혹·지역주의·검찰중립·정치개혁·부패척결·통일안보 문제 등 무려 아홉개였다. 진행시간 120분, 한 주제에 고작 12분 정도면 세 후보가 요점정리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다.
여기에다 짬짬이 상대방 비방에 초까지 치게 되면 정책은 수박 겉핥기가 되고 만다. 사회자가 질문주제 수를 줄이지 않고는 이미 신문에 다 보도된 발언, 단답형 부실(不實)토론이 불가피하다.
또한 논쟁방식도 문제였다. 바로 질문-답변-반론-재반론의 4단계 논쟁방식은 질문자에게 공격권을 주기 위함인데 정작 질문자는 '반론'하나로 끝이고, 상대방에게 첫 답변권과 재반론권이란 두번의 기회를 줌으로써 사안에 따라 불만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특히 권영길 후보를 참여시킨 3자토론은 기회균등의 원칙엔 맞지만 토론의 질과 '재미'에선 문제가 있었다. '2강'은 괜히 권 후보 건드려서 득될 것 없다고 피해 가기 바빴고, 권 후보는 싸잡아 심판도 하고 제 주장도 관철시킨 토론회였다. 1대1 토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10일은 '경제' 토론이다. 그땐 부디 상대방 흠집내는 발언은 사회자가 규제하기 바란다. 예를들어 이회창 후보는 DJ경제실책을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그 연장선상에 노 후보를 놓지말라. 노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IMF원인론'까지로 거슬러가지 말라. 그리고 유머감각은 왜 그리 없는가?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