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TV 합동토론에서 가장 쏠쏠하게 이문을 챙긴 이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라는데 이견이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 TV토론 참여가 불가능했으나 대선후보방송토론위원회의 '15대 대선 이후 전국선거에서 5% 이상의 지지를얻은 정당의 후보를 포함한다'는 결정에 따라 가까스로 참여하게 됐다.
권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진보'와 '선명성'의 무기로 양비론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이회창·노무현 후보가 공방을 벌이는 틈 속에서 민노당의 정책과 공약을 소상히 전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노 후보가 상호 비방을 계속하자 "거듭 대안을 요구했는데 대안이 계속 안나오고 있다.
저는 민노당의 정책을 대신 설명하겠다"면서 진보정당의 상품을 적극 홍보했다. 또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민주당은 부패 신장개업당"이라고도 하고 "부패정권이 부패정권을 청산한다고 하고, 낡은 정치가 낡은 정치를 바꾸겠다고 한다"며 이·노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권 후보의 선명성은 지역주의 문제와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개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SOFA 개정과 관련,"이 후보는 우리를 과격하다고 했고, 노 후보도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이젠 김대중 대통령까지 개정을 언급했다"며 "이 자리에서 부시 미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SOFA 개정에 공동 서명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노 후보는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전제로 "(미국측에)사과를 요구하겠다"는 뜻은 밝혔으나 "당장 서명을 하자"는 권 후보의 종용은 끝내 외면했다.또 권 후보는 지역주의 문제가 나오자 이 후보에게 "나라다운 나라보다 먼저 당다운 당을 만들라"고 비꼬았고 노 후보에게는 "현 정권의 편중인사가 지역감정에 불을 붙였다"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노당 한 관계자는 "권 후보에게 박힌 삭발과 투쟁의 이미지를 탈색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면서 "일반 유권자들에게 진보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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