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대선자문단 후보 정책 검증-여성

입력 2002-12-03 15:00:00

16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여성유권자들이 정치에서 중요한 집단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여성은 전체 유권자의 51%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남성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양한 성격의 여성단체들이 연대하여 한 목소리로 여성을 위한 과감하고도 실질적인 정책을 일찌감치 요구해놓은 상태다. 이러한 현실은 각 당과 후보들이 지난 대통령선거에 비해 더 확대되고 다양한 여성분야 공약을 제시하게 만들었다.

집권당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그리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제시한 여성공약을 보면, 민노당의 권 후보가 진보정당답게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포함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별 차이 없는 항목과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양대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 노 후보는 한나라당 이 후보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공약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여성계에서 요구한 호주제, 여성고용, 보육문제, 성폭력 근절과 정치참여에 관한 공약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호주제 폐지에 대해 노 후보는 집권하면 1년 내 폐지를 확언하고 그 대안으로서 양성평등한 신분등록제도를 제시하였으나, 이 후보는 점진적으로 폐지하되 친양자제도 도입과 호주승계순위 조정을 우선 순위에 두면서 임기 안에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로써 이 후보는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여성들은 호주의 지위를 얻고 싶어하기보다, 부계혈통에 따라 가족구성이 강제되는 성차별을 개선하기를 원한다.

여성근로자의 70%를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는 두 후보 모두 근로감독의 강화를 약속하였고, 이 후보는 비정규직 여성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지원을, 노 후보는 특수 비정규직을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는 이 후보가 100만개, 노 후보가 50만개 창출을 각각 약속하였다. 고용평등과 할당제에 있어서는 노 후보의 경우 눈에 띄는 공약이 없는데 비해, 이 후보는 취업연령제한폐지, 공기업과 정부출연기관 등에 여성채용목표제와 승진목표제 도입을 공약함으로써 여성의 고용안정과 창출 측면에서는 이 후보의 공약이 더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단, 이후보가 전제하는 대로 향후 10년간, 최소한 5년간, 계속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보육문제에 대해서 이 후보는 보육예산의 2배 확대, 만2세 이하 영아보육시설의 국공립시설 중심 확대 등을 내세웠으며, 노 후보는 보육료 절반 국가지원과 국가의 보육재정 분담률 50%이상 증액, 방과후 보육시설 확충 등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공약이 현 정부의 보육예산보다 적게는 2배(이 후보 공약)에서 많게는 4배(노 후보 공약)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예산확보방안을 함께 제시하지 않고 있어 그 실천정도가 우려된다.

성폭력 관련 공약에서는 두 후보 모두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에 찬성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대책과 피해자보호에 있어서는 노 후보가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데 비해 이 후보는 인신매매와 성매매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하였다. 성폭력범죄를 은폐하는 친고죄 조항에 대해서는 노 후보는 폐지를, 이 후보는 부분개정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노 후보가 한 발 앞선 의식과 공약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여성의 정치 및 사회참여 확대에 대해서 노 후보는 모든 선출직 지역구에 30%, 비례대표 50% 할당, 공무원 여성관리자 비율 20%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이 후보는 지역구 여성공천 30% 달성과 국회의원 비례대표 50% 할당, 고위임명직 여성 비율 30%를 제시하였다.

비슷한 두 후보의 공약들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기대된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출직 여성할당이 경선제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볼 때 비례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특별한 언급이 없어 자칫 할당제가 말만 무성한 빈 약속이 될까 우려된다.

계명대 여성대학원 교수 강세영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