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 새로 꽃피우자-(4)대구 오페라 하우스

입력 2002-12-03 14:18:00

내년에 개관될 대구오페라 하우스의 수장은 누가 부임하든 큰 부담을 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인으로서는 큰 영광이겠지만 거대한 외관에 걸맞지않은 소프트웨어의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립오페라단과의 관계정립'이나 '자체 공연제작' 등 비전문가들이 보아도 확연히 드러나는 여러 사안에 대해 대구시가 외면하고 있거나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구시가 시장교체 등을 이유로 소프트웨어 마련에 늑장을 부렸고, 각종 운영방안을 마련하면서 문화계 인사를배제하는 등 밑그림을 그리는 데 관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예산문제를 살펴보자. 내년도 경비로 책정된 25억원은 각종 장비.비품구입비로 돼 있어 사실상 자체 공연이나, 기획공연은 불가능한 형편이다.실제로 대구시는 내년도 오페라 하우스 활용계획을 6월 개관공연(목화꽃 님이여)과 일반대관으로만 세우고 있다. 본격적으로 가동될 2004년 소요경비로추정하고 있는 예산은 인건비(15억원), 기관운영비(10억원), 사업경비(5억원) 등 30억원선.

유환우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당장에 오페라 하우스가 제작하는 공연을 하기에는 어렵고 사업경비 5억원은 유명 공연 초청 및 지역 오페라단 작품 제작 지원비로 사용될 것"이라며 "자체 공연이 필요하다면 대구시립오페라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면에는 예산마련의 어려움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깔려있지만 오페라 하우스와 시립오페라단과의 관계 정립 문제 등이 제대로 서있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즉 오페라 하우스를 시립예술단이 소속된 문화예술회관과 분리된 독립 사업소로 출범시키면서도 어차피 시립단체니까 시립예술단을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세우는 것은 별문제가 없으리라는 행정위주의 시각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과 대구음악계의 요구는 그렇지 않다. 매년 시립오페라단의 공연때마다 불거지는 대구시향 등과의 불협화음을 감안하면 오페라 하우스에 걸맞은 독자적인 교향악단과 합창단, 무용단이 필요하고 시립오페라단과의 관계 문제도 출범 초기부터 확정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대구시향의 한 단원은 "이번 오페라 하우스 운용체계를 보면 결국 대구시향이나 합창단 등이 공연때 다시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어떤 형태로든 기존 시립예술단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원은 예산부담을 감안해 오페라 하우스 교향악단, 합창단 등을 위촉형식으로구성하되 공연때만 수당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시립오페라단도 어떤 형식으로든 오페라 하우스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만큼 시립예술단으로부터분리 등 이에 대한 문제도 선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각종 문화인프라에 대한 대구시의 계획은 원대하다. 오페라 하우스는 물론, 앞으로 건립될 시립미술관과 기존의 문예회관, 시민회관, 시립예술단 등을 하나로 묶는 '대구문화재단(안)'을 출범시켜 시의 문화적 역량을 총결집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이러한 야심찬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 예술인들의 의견을 결집시키고 이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분위기 조성과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행정기관의 코페르니쿠스적 시각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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