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배반의 계절

입력 2002-12-03 14:22:00

최근 주먹패들의 영화와 드라마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어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마음 속에 폭력을 즐기고자하는 본능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의리가 실종된 우리 사회에 대한 반발심리 같은 것 말이다. 사람들이 매체를 통하여 접하는주먹패들의 세계에 갖는 매력은 이른 바 '짱'이나 '오야붕'을 중심으로 해서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는 그들만의 끈끈한 의리를 동경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과 이해득실에 따라 인간관계를 맺고 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청춘남녀간의 사랑도 그렇고, 결혼이 백년가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형제간의 우애도, 친구와의 우정도 자신에게 득이 될게 없다고 생각하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풍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금의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의리 없고 비정한 사회 속에 살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필자가 투표권을 갖기 시작할 때부터 알게 된 일이지만, 투표의 계절은 언제나 배반의 계절이었다. 이 배반의 계절이 올 때마다 으레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대세니, 큰 정치니 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잇속을 계산하면서 철새가 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바뀌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 근래에는 하루아침에 동지에서 적으로, 적에서 다시 동지로 바뀌는 모습도 보았다. 이렇듯 배반을밥먹듯 하다보니, 그들에게는 그들을 뽑아준 국민들을 배신하기란 식은 죽 먹기이다.

그렇다. 주먹패만한 신의도 없고, 의리도 없는 세상이니 조폭 영화가 뜨고 폭력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오늘밤에도TV를 켜면, 주먹패만도 못한 사람들의 공허한 신물나는 말잔치를 보게 될 것이다. 배반의 계절에 동참한 사람들의 그 어색한 얼굴들과 함께 말이다.

김대진(기독교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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