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모집 변수

입력 2002-12-03 14:28:00

정시모집에서는 대다수 수험생들이 수능점수와 학생부 교과성적을 당락의 관건으로 여긴다. 변수라고 보태봤자 논술이나 면접·구술고사 등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마다 달라지는 전형요소 외의 변수를 예의 주시하면 뜻밖에 예상과 달라지는 상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수능점수가 기대보다 낮게 나왔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교사들의 이야기는 수능점수 외에도 많은 전형요소가 있고 이같은 변수들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수능 응시자 수가 크게 줄었다=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대입 정원이 수험생 숫자를 넘어섰다. 2001학년도에 86만여명이던 수험생은 2002학년도에 73만여명으로 13만명 이상 줄었고 올해 또다시 8만여명 줄어 수능 응시자는 65만여명에 그쳤다. 2년 사이에 20만명 이상이 감소한 것. 수험생 감소는 중·하위권 대학의 지원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입시전문가들은 상당수 학과에서 미달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상위권 대학이라도 수험생 감소의 유탄을 맞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혼란 속에 선의의 피해자도 나타나지만 이를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의외의 결과를 거둘 수도 있다.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 미달 사태도 우려되지만 경쟁률이 높은 학과라도 합격선이 예상보다 낮아지는 상황이 해마다 곳곳에서 발생한다. 합격 가능성이 낮은 지원자들이 뜻밖에 몰릴 경우 오히려 합격선에 있는 수험생들이 이를 기피, 추가모집이 계속되면 낮은 점수로도 합격하는 상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올해 처음이거나 두번째인 재학생과 재수생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오랫동안 입시 지도를 해온 교사들은 흔한 일이라며 수험생 숫자가 특히 적은 올해는 다른 수험생들의 지원 경향을 예의 주시하는 것도 입시 전략의 하나라고 조언한다.

◇자연계-의예과 강세 속 이공계 부활 관심=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올해도 수험생들의 의·약계열 선호는 지난해보다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잇따른 이공계열 지원책을 내놓은 끝에 내년부터는 이공계 대학·대학원 신입생 3천500여명에게 매년 215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학자금 융자 이자로 93억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최근 내놓았다.

그럼에도 수험생들의 선호는 좀처럼 이공계 쪽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럴 때 이공계 학과에 적성이 맞는 수험생이나 의·약계열 진학에 다소 모자라는 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은 적극적으로 이공계 학과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수의학과의 지속적인 선호도 특징적이다. 교차지원이 거의 제한된 자연계 수험생들로서는 이같은 경향과 함께 최근 몇 년간 수험생들의 지원 흐름과 합격선 등을 꼼꼼히 따져 지원 대학·학과를 결정하는게 바람직하다.

◇인문계-법·상대 역전 현상 주목=상당수 고교 교사들이 올해 인문계 수험생들의 지원 경향 가운데 주목하는 부분은 전통적인 법대 우위의 붕괴 여부다. 법대는 그동안 상경계열에 비해 꾸준히 우위를 지켜왔지만 최근 사법고시 합격자들의 실직 상황, 상경계 출신들의 밝은 전망 등이 꾸준히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배치기준표상으로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법대가 여전히 높은 자리에 놓이겠지만 실제 수험생들의 지원은 뒤바뀔 여지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레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교차지원을 통해 의약계열 진학이 가능하던 인문계 고득점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가까운 곳에서 변화를 찾아라=수험생들의 새로운 지원 경향, 특정 대학 특정 학과의 쏠림이나 미달 사태 등은 멀리서 흐름을 찾을 일이 아니다. 학교 친구, 이웃 수험생 등이 어떤 학과를 선호하고 자신의 점수와 어떻게 맞춰 지원하는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담임이나 다른 반 교사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상담해보는 것도 손해볼 게 없다. 법·상대의 예처럼 최근 매스컴에 오르내린 변수들도 찬찬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의예과가 폭발적인 강세를 보인 데는 수험생들의 지원 당시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의 수입이 월 수천만원대로 폭증했다'는 보도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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