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무역업체 수는 지난 9월말 기준 2천41개로 지난해 말(1천770개)보다 271개(15%)나 늘어났다. 1995년 455개에서 1996년 599개, 1997년 687개, 1998년 899개, 1999년 1천171개, 2000년 1천478개로 해마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지역에 대외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북지역 기업의 주요 수출품목은 산업용전자(48.9%)를 비롯 전자부품(10.6%), 철강제품(9.4%), 가정용전자(8.1%), 직물(3.5%) 등으로 구성돼 있고 수출대상국은 동남아(19%), 유럽(17%), 중국(14%), 미국(14%), 일본(9%), 홍콩(8%), 중남미(7%) 순이다. 이같은 교역관련 지표를 갖고 있는 경북의 최대 기술집적지는 바로 구미다.
그래서 구미의 수출기업 분포도가 높다. 올 3/4분기에 휴대전화 1천106만대를 팔아 전세계 휴대전화 점유율 3위자리에 오른 삼성전자 외에도 컴퓨터주변기기와 무선통신기기 등을 주력품으로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수출 물량이나 금액면에서 단연 우수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구미지역 업체별 수출실적을 보면 LG필립스엘시디(주)가 17억4천600만달러, 대우전자(주)구미공장이 4억2천883만달러, LG전자(주)구미TV공장이 4억491만달러, 오리온전기(주)제3공장이 2억1천98만달러, (주)코오롱이 1억6천69만달러, LG전선(주)구미공장이 1억5천만달러, (주)새한구미공장이 1억1천410만달러, LG마이크론(주)이 1억1천175만달러, 현대전자산업(주)이 1억1천50만달러 등이다.
이밖에 한국전기초자(주), (주)실트론, (주)효성구미1공장 등도 상당액의 수출실적을 올려 수출기업 상위권에 들었다.
이중 LG필립스엘시디는 LCD판넬, LG전자TV공장은 TV, LG전선구미공장은 케이블·특수알미늄·광섬유, LG마이크론은 Shadow마스크·리드프레임 등 TV브라운관 부품, 실트론은 실리콘웨이퍼(반도체판)를 주력상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주)코오롱은 지난 1957년 합섬사업으로 시작, 현재는 원사·원단·산자·필름·전자재료·플라스틱·정밀화학사업 뿐만 아니라 멤브레인·바이오 등 미래성장산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얘기다.
구미와 함께 경북지역 수출의 쌍두마차는 포항.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중 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철강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커다란 철강회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지역 우수 수출업체군에 든 4개 업체 모두 철강회사라면 알만하다.
포스코·INI스틸(주)포항공장·(주)세아제강·동국제강(주)포항공장 등은 저마다 품질혁신, 기술개발, 환경친화적 생산활동 등 품질경영을 통해 국가 산업발전을 이끌면서 세계제패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철강수입국의 세이프가드조치로 인해 올4~6월 수출에 무던히도 애를 먹었던 철강업체들은 실제로 나타난 세이프가드조치 내용이 다소 완화됨에따라 이제 어느정도 한숨을 돌리고 있는 시점이다.
그리 좋지않은 통상환경속에서도 지역의 철강업체들은 수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우리나라는 물론 경북지역 무역수지 흑자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 1~10월 포항공단 수출액(15억1천200만달러)중 철강제품이 13억4천200만달러로 88.7%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철강제품 수입국의 나라별 품목 쿼터배정 등 규제조치에도 불구, 포항의 거대 공룡 포스코는 지난해 655만t, 2조7천700억원어치를 수출한데 이어 올해는 639만t, 2조7천500억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는 '무역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량은 줄이고 수익은 늘린다'는 방침에 따라 냉연강판과 스테인리스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판매를 늘리고, 열연(熱延)·후판(厚板)·선재(線材) 등 일반강 수출은 해마다 줄여나간다는 전략이다.
포항지역의 철강제품 수출 2위 업체는 동국제강. 올 3/4분까지 수출액이 134만t, 4천895억원에 이른다. 최근의 세계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동국제강 포항제강소의 주생산품목인 후판은 없어서 못팔 정도가 되면서 올 들어서 사상 최대의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말까지 1천380억원의 수출고를 올린 INI스틸포항공장도 경북의 수출역군에 포함된다. H빔·쉬트파일 등 형강류와 철근 등 건설용, 철도레일 등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주요품목들은 최근 아파트와 주상복합빌딩, 경부고속철도 건설 등으로 내수경기가 급상승하면서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일부 업종이 겹치는 동국제강도 이같은 분위기에 휩싸여 즐거운 비명을 지르긴 마찬가지. INI스틸(대표이사 유인균)은 올해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품질경영추진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는 가 하면 지난 7월과 10월에는 '시스템경영대상'과 'H형강제품 KS대상'을 수상하는 등 올들어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세아제강도 주력생산품목인 송유관과 상수도관으로 사용되는 전기저항용접강관을 내세워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1억3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전반적인 수출여건 악화에도 불구, 지난해 실적(1억4천300만달러)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자신하는 것은 뛰어난 품질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포스코와 INI스틸, 동국제강 등 대형업체 CEO들이 신일본제철.닛산제강·바오산강철·안산강철 등 일본과 중국의 관렵업계 대표들과 만나 한·중·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키로 하는 등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내수경기 악화에 대비, 해외시장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시장 확보를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포스코경영연구소 유승록 박사는 "3국 철강공동체가 형성되면 상호경쟁과 협력으로 모두 수출이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경북지역에서는 컴퓨터와 이동통신기기 등 전기전자제품에 뒤이어 철강이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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