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눈물 그리고 우승 되돌아본 21년-(6)어긋난 84년 KS

입력 2002-11-30 13: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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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김영덕 감독이 만만한 상대로 롯데를 고른 것은 특급투수인 최동원이 버티고 있었지만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후기리그 경기서 웨이팅 시스템으로 최동원을 여러 차례 무너뜨린 경험이 있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웨이팅 시스템을 펼칠 경우 최동원을 공략, 승산이 있다고 내다 본 것이다. 웨이팅 시스템이란 투수로 하여금 볼을 많이 던지게 하여 지치게 하는 작전.

롯데 창단 감독을 지내 최동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영길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최동원은 완투가 가능한데다 페이스를 조절할 수도 있어 삼성 타선이 절대 만만히 볼 수 없는 투수였다.

하지만 결정권은 김 감독이 쥐고 있었다. 결국 후기리그 막판 '져 주기 파문'을 일으키며 김영덕 감독은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롯데를 골라잡을 수 있었다. 팬들에게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야 하고 페어 플레이 정신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김 감독이 택한 길은 정도(正道)가 아니라 사도(邪道)였으며 비난받아 마땅했다.

한국시리즈는 김 감독의 의도대로 풀려주질 않았다. 9월30일 홈구장인 대구에서 벌어진 1차전부터 최동원에게 휘말려 0대4로 완봉패를 당했다. 2차전(10월1일 대구)은 김일융이 완투한 가운데 8대2로 롯데를 꺾었지만 부산으로 옮겨 자웅을 겨룬 3차전(10월3일)은 김시진과 권영호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최동원에게 덜미를 잡혀 2대3으로 패했다.

하지만 삼성은 4차전(10월4일 부산)에 김일융을 투입, 롯데 마운드를 난타한 끝에 7대0, 완봉승을 거둬 2승2패로 잠실서 결판을 내게 됐다. 서울로 옮겨 치른 5차전(10월6일 잠실)에 롯데는 최동원을 투입한 반면 삼성은 권영호를 내세워 승부를 걸었다. 선제점은 롯데가 먼저 올렸다. 그러나 삼성은 2대2 동점이던 7회말 정현발의 홈런으로 승리를 챙겨 3승2패로 우승을 넘보게 됐다.

하지만 롯데는 6차전(10월7일 잠실)에 임호균을 선발로 내세워 4회 말 3점을 뽑자 최동원을 투입, 6대1로 승리를 챙긴 뒤 7차전(10월9일 잠실)에서도 최동원을 선발로 내세우는 옥쇄작전으로 나왔다. 하루를 쉰 최동원은 피로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비해 이틀을 쉰 김일융은 힘이 넘쳐 흘렀다. 경기의 흐름도 삼성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4대3으로 리드하던 8회초 김일융은 1사 후 김용희, 김용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시리즈 내내 부진하던 유두열에게 통한의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만다. 순식간에 2점 차로 벌어지자 김영덕 감독은 황규봉을 소방수로 투입, 불을 끄고 반격을 노렸으나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프로야구 원년에 이어 다시 역전 홈런으로 우승을 내준 삼성은 '파트너 선택'이라는 비난까지 받아가며 우승의 집념을 불태웠으나 패배, 그만큼 상처가 컸다. 정도가 아니라 사도를 택함으로써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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