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점검 느슨…예고된 '집안도둑'

입력 2002-11-29 14:36:00

월배농협 월성지소 구자강(45) 지소장의 28일 60억원 횡령사건은 농협의 상시감사시스템 부실, 헐렁한 근무수칙, 늑장대응이 빚은 예고된 금융비리사건이다.이번 사건은 대구.경북지역에서 금융기관 직원이 저지른 금융사고중 금액 규모와 수법면에서 유례가 없는 대형사고라는 점에서파문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구씨는 공범 7, 8명과 치밀하게 사건을 계획, 전화선과 전산망 전용선을 절단해 온라인망을 마비시켰다. 특히 구씨는 비정상적인 거액거래가 발생할 경우 농협의 상시감사시스템에 모니터링된다는 점을 피하기 위해 전용선과 전화선을자르는 치밀함을 보였다. 상시감사시스템을 운용중인 농협은 5천만원 이상 거래 발생시 중앙회에서 해당 지점에 전화로 연락해 사실 확인을 하고 있지만 전화선이 절단됨으로써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

월성지소 직원들은 뒤늦게 온라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CCTV를 통해 구씨가 대출창구에서 거래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낮 12시 이후부터 거래내역을 조회하기 시작해 60억원이 타행으로 송금된 사실을 알아냈지만 이미 구씨는 잠적한 뒤였다. 송금된 돈 가운데 33억5천400만원이 현금과 수표를 통해 인출된 상태였다.

구씨는 또 직원의 경우 2천만원 이상의 거래에는 지소장의 결제를 받아야 하지만 지소장이 금융사고를 내려고 작정하면이를 막을 방법이 농협의 감시시스템에 없다는 허점도 이용했다.

또 농협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융사고 예방교육을 1주일에 한번 이상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형식에 그치고 있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기상천외한 직원 비리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개인의 비리사건으로 축소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협 대구본부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50억원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손실이 돌아가지는 않는다"며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상시감사시스템을 강화하고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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