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도청자료 내용

입력 2002-11-29 12:13:00

한나라당이 28일 국정원 도청자료라고 밝힌 총 24건의 통화 내용에는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과 한나라당 내분사태, 정계개편 등 정치권내 민감한사안들이 빠짐없이 담겼다. 통화시점은 지난 3월8일부터 28일까지 주로 이뤄졌으며 한나라당은 "추가 자료가 있다"고 밝혀 또다른 파장을 예고했다.자료출처와 제보자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정원 내부자료"라면서도 "제보자 보호차원에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관련 통화

△3월11일(김원기 고문이 김정길 전 의원에게 전화)=3월10일 박지원 청와대 특보에게 '노무현 후보가 본선에서 이인제 보다 경쟁력이 좋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청와대내에 조성될 수 있도록 잘 얘기해 놓았다. 노무현이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좋지 않느냐 김 전 의원=동감한다

△3월23일(이강래 의원→KBS 박권상 사장)=노 후보가 PK지역에서 반DJ정서만 극복한다면 대선승리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고문을 지원해 달라. 박 사장=노 고문이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등 좌파성향을 보여 우익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 좌파가 우파를 이긴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노 고문의 돌출언행에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노 고문이 가장 말을 잘 듣는 김원기를 통해 노무현을 중도 내지는 우파로 돌려야 한다.

△3월11일(이인제 고문→전갑길 의원)=노무현이 지역주의에 불을 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여론이 흔들리면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노무현이 더이상 설치지 못하도록 호남 대의원들이 분명한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노무현은 성격이 포악해서 후보가 되면 제일 먼저 대통령을 짓밟을 것이 자명하다.

전 의원=광주지역은 물밑에서 잘 알아서 하겠다

△3월13일(이인제 고문→박상천 고문)=광주 경선(3.16)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부 세력들이 한화갑을 지원하는가 하면 젊은 층은 노무현을지지해 걱정이다. 지원을 요청한다. 박 고문=광주경선과 TV토론회에서 상대측이 정체성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나의 본 성향은 민주화운동이다. 광범위한 민주세력이 결집하여 정권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이 창당되었으므로 정체성을 문제삼으면 창당정신에 어근난다'고 대응하라. 광주지역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이 고문을 지원하도록 요청하겠다.

△3월28일(이인제 고문→전용학 의원)=현 정국은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 체제를 구축한 뒤 정계개편을 시도할 의도인 것 같다.김중권 고문이 이 시나리오에 말린 것 같으니 직접 접촉하여 입지를 확인해 보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관련 통화

△3월8일(이부영 의원→서상섭 의원)=경선구도가 보수(이회창) 대 개혁(이부영) 대결로 단순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 주선으로 3월10일 인사동 선천집에서...제도권 밖 개혁인사 모임시 개혁세력 대표로 경선에 출마하는문제를 자문받은 후 최종 결심코자 한다. 서 의원이 이 자리에 참석해 달라.

서 의원=당내 민주계 분위기가 도미노 현상처럼 흔들리고 있는 등 한나라당의 진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상황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참석하겠다. △3월15일(김수한 전 국회의장→하순봉 당시 부총재)=당론으로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반대해 놓고 몇사람이 주장한다고 당론을 변경할 경우 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회창 총재가 내부 수습책을 발표할 때 기존원칙을 고수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라. △3월21일(한나라당 관계자→하순봉)=자민련측 인사를 은밀히 만나 한·자 합당문제를 논의한 결과, 협상당사자로 한나라당이 책임있는 사람이 선정되면 자민련측에서는 김종호 부총재가 나오기로 하는 등 상당한 진척이 있다. 국면전환 차원에서 김부총재를 만나보라. 하 부총재=김종호 의원을 잘 아니 접촉해 보겠다.

△3월21일(이부영 의원→안상수 의원)=이 총재 측근들이 김덕룡·홍사덕 의원의 탈당을 방관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 당내분이 걷잡을 수없이확산될 우려가 있다. 희망연대측에서도 탈당을 적극 만류하도록 해달라. △3월21일(전재희 의원→홍준표 의원)=당이 살 길이 무엇이냐

홍 의원=이 총재는 부산 등 영남 지지율이 급락함에 따라 후보교체론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총재직을 물러남과 아울러 부총재도 사퇴시키고 이중재 전의원을 권한대행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3월26일(김용갑 의원→김종하 국회부의장)=노무현 돌풍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김혁규 지사가 당을 뛰쳐나가면 지방선거는 끝장난다. 경남지사 경선을 준비중인 이강두정책위의장.김용균 의원을 상대로 경선포기를 설득,김혁규를 추대해 경남을 안정시켜야 한다. 김 부의장=지방선거를 잘 치르려면 김혁규를 공천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이강두 의원을 설득,'용퇴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지만 김용균 의원이 버티므로 이총재에게 김용균 의원을 불러 경선을 포기토록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해 놨다. △3월21일(신영국 의원→김기춘 의원)=희망연대 간사인 안상수 의원이 25일 희망연대 회의를 개최, 당내문제를 협의키로 했으니 참석하라고 하기에 회의개최를 반대했다.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니 적극 저지하자. 김 의원=회의 개최를 저지하려는 것으로 하고 남경필 의원이 참석지 않도록 조치하라. △3월21일(김용갑 의원→김기춘 의원)=미래연대가 정풍운동을 전개할 뿐 아니라 언론도 '내분 장기화'라고 보도하고 있어 수습하지 못하면 당내분이 우려되기에 최병렬 부총재와 수습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기춘 의원=내분 장기화의 경우 지지도가 하랄 할 것인 만큼 부총재단이 중심이 돼 조속히 당내 의원을 대상으로 '이총재의 당내 수습안 이외에 현실적 대안이 없다.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적절하다. △3월26일(김부겸 의원→심재철 의원)=3월31일 저녁 종로1가 한일관에서 미래연대 단합대회를 갖기로 했다. 참석해 달라. △3월26일(현승일 의원→이재오 총무)=김용태 전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준비중이다. 현지 정서가 김용태에게 부정적이라는 것을 잘 아는 YS가 김용태의 출마를 반대한다는 얘기가 있다. 김 전 의원의 시장출마에 대한 당 지도부 방침이 있느냐. 이 총무=이 총재가 별도로 출마건에 대해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공식적으로 들은 바 없다. ◇언론사 기자와 정치인과의 통화

△3월27일(한나라당 김만제 의원→매일신문 기자)=최근 이 총재에게 '수습하느라 고생했지만 이제부터 범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고 건의해 긍정답변을 얻었다. 대선은 보수와 혁신 대결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총재는 보수를 집결시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3월19일(매일신문 기자→한나라당 이해봉 의원)=한나라당 내분사태를 어떻게 보나. 이 의원=비주류측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다른 꼬투리를 잡아 계속 소란을 피울 것이 분명하다. 주류는 주류대로 당원을 위해 싸울 것이기 때문에 이득없이 당의 분란만 야기할 것이다. 이 총재가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선언한 다음 대세를 향해 앞만보고 가는 수밖에 없다.

△3월11일(중앙일보 기자→한나라당 김원웅 의원)=한나라당 내분과 관련, 이 총재 측근인 하순봉.김기배 의원에 대한 당내 비판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김 의원=이 총재 주변에는 김용환.강창희 등과 같이 군사정권과 지역주의에 편승했던 문제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총재에게 '과감한 인적쇄신을 하지 않으면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개혁을 요구할 작정이다. 당 개혁에 대한 이 총재의 태도에 다라 탈당도 고려하고 있다.

△3월12일(민병준 한국 광고주 협회장→김학준 동아일보 사장)=동아일보가 정부에대해 보복성 기사를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편향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비판기사를 자제해 달라. 김 사장=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3월12일(문화일보 기자→자민련 김학원 총무)=한나라당에서 특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코자 한다. 개정에 대한 자민련의 입장은 무엇인가. 김 총무=자민련은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 특검제 도입을 찬성하는 만큼 특검측 의견을 들어본 후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3월17일(홍준표 의원→연합뉴스 기자)=이인제나 노무현이 후보로 나올 경우 이 총재를 이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총재는 당내 문제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이 총재는 지금부터라도 차세대 리더군을 키울 필요가 있다. △3월20일(동아일보 기자→김만제 의원)=국민일보에서 정책정당에서 일하고 싶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도 되나. 김 의원=그렇게 해석해도 괜찮다.

◇정치권 반응

한나라당은 29일 "정치공작의 본산은 청와대"라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집권도 하기전에 날조된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선거전략회의에서 "정치공작의 중심이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임이 드러났고 국민후보인 노 후보도 정치공작대로 만들어진 DJ정권의 후계자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영일 사무총장도 "노 후보는 지금 국민후보로 국민을 우롱할 것이 아니라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국민앞에 사과하고 오늘 당장 후보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대철 선대위원장은 선대위 본부장단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도청자료의 출처조차 밝히지 않은 채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공세를 펴고 있다"며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현장조사 활동을 통해 국민의혹을 해소하자"고 제안했다. 이해찬 기획본부장은 "한나라당의 도.감청 의혹 주장은 전두환.노태우식 공작정치를 재현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공작정치를 청산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의 궁극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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