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도청' 대통령이 나설 때다

입력 2002-11-29 00:00:00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이 공개한 국정원의 정치인.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행한 도청문건 내용을 보면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국정원은 이번에도 역시 괴문서라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문건내용은 우선 그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일부 언론사 사장을 비롯 기자들이나 야당 의원들은 시인한 반면 유독 민주당 의원 등 일부만 극구 부인하고 나선 그 양태를 봤을때 오히려 이 내용의신뢰성을 더 높이고 있지 않나 싶다.

말하자면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말려들게 아니라 오히려 '공작정치'이라고 되받아치면서 역공하는 모양새가 마치미리 준비나 한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 정치상황 전개가 도청 내용 그대로 진행돼온 것이나 여.야 의원들의 탈당행태까지아귀가 들어맞는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괴문서 운운하며 부인하기엔 때도 늦고 모든 정황이 국정원의 의도와는 너무나 배치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노무현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고있는 조순형의원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상을 밝히고 당사자인 노무현 후보도 결단을 밝혀야 된다고 했겠는가.

우리가 주장하는건 한나라당의 정치공세건 민주당의 역공이건 정치역학관계를 따지는게 아니라 국정원의 무차별 도청사실이 과연 사실인지 이번에만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개문건 내용을 보면 '인권 정부'라 자처하는 현 정권에서이런 불법도청이 이뤄질 수 있는지 그야말로 통탄할 노릇이다.

더욱이 민간기술업체에선 도청이 가능하다 했고 국정원은 불가능하다고 한 휴대전화까지 도청된 사실이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이런 시시비비는 이젠 검찰이 나서 가릴 수밖에 없다.조순형 의원의 지적대로 이번엔 대통령이 직접나서 그 진상을 철저히 밝힐것을 천명해야 한다. '인권 대통령'의 마지막 임무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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