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이닉스 '표류기'

입력 2002-11-27 14:58:00

하이닉스가 이번에는 궁여지책으로 '제3의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매각 원칙을 고수하겠다던 현 정부의 의지가 퇴색하기 시작하고, 이회창·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표심을 겨냥, '회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하이닉스는 그야말로 정치논리에 끌려다니는 꼴이 되고 있다.그러다가 이번에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시장변화를 고려해 매각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어정쩡한 중도적 답안을 내놓았으니 앞으로 하이닉스의 운명은 또 어느 바람결에 흔들릴지 국민들조차 어리둥절하다.

구조조정 자문사인 도이체방크는 26일 하이닉스의 매각과 사업구조조정을 함께 추진하되, 이를 위해 무담보채권의 절반인 1조9천억원을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채권 3조원의 상환을 2006년 말까지 연장해주는 등 채무우선 조정방안을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에 보고했다.

이와 함께 1조1천억원의 비핵심자산 매각과 함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비메모리 부문의 매각을 사업구조조정 안으로 제시했다. 이 안이 성사되면 하이닉스의 금융부채는 4조9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줄어든다. 일단은 회생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하이닉스 독자생존을 마다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보다 훨씬 부작용이 많은 '억지 생존'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은 철저한 경제원리에 입각해야 '원칙'이 선다. 그런데도 하이닉스가 아직까지 표류하고 있다는 것은 이에대한 확고한 경제논리가 없다는 뜻이 아닌가. 현 정부 '빅딜' 정책의 실패작인 하이닉스가 결국 임기내 해결을 못하고 차기 정권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비극이다.

아직도 하이닉스는 보는 시각에 따라 생사여부가 달라지고 있다. 이런 천차만별적 정치 논리에 국민들은 매우 식상해있다. D램 가격이 올라가면 버틸 수있다든지, 단기 자금압박은 벗어날 수있으나 장기 생존은 보장할 수없다는 등의 모호한 논리 전개로 하이닉스를 처리해서는 안된다. 지속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만이 하이닉스의 궁극적 해법(解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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