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파바람 거세다

입력 2002-11-26 15:33:00

남미에 좌파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실시된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좌파인 루시오 구티에레스(45)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실시된 브라질 대선에서도 중도좌파를 표방하고 나선 브라질 노동당(PT)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후보가 결선투표 끝에 승리했다.

이로써 남미에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브라질, 에콰도르로 좌파가 세력 확대를 가속화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좌파 후보인 루이스 사모라 의원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어, 좌파 도미노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에콰도르 대선에서 구티에레스 후보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경제난에 따른 국민 불만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에콰도르는 산유국이면서도 1천200만명의 인구중 75% 가량이 빈민층이며, 달러공용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난에 따른 인플레 상승과 실업률 증가, 정국불안 등으로 국민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구티에레스 후보는 부패 척결과 경제회생, 일자리 창출, 원주민인 인디오의 권익 신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좌익계 정당과 노동조합, 인디오 단체의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고지 점령에 성공했다.

좌파정권의 잇단 태동은 심각한 경제난과 부패, 빈부격차 등의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남미 사정과 맞물려 좌파의 연대 모색이라는 새로운 지역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남미 경제파탄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과의 마찰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남미의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만큼 좌파정권으로서도 기존 경제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타협책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구티에레스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며 사유재산과 인권을 존중하는 기독교인"이라고 강조해 온 것은 좌파 정권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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