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세대들에게 붙이는 명칭들은 신세대들의 다양한 문화적 취향만큼이나 여러 가지다. X세대란 말 그대로 미지수의 세대,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예측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세대라는 뜻이다.
컴퓨터를 자유 자재로 다룬다고 해서 C세대, 인터넷에 푹 빠져 사는 디지털 세대라고 해서 N세대,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남녀가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스킨십을 즐긴다고 '비주세대',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엄지 하나만으로 기 막히게 잘 다룬다고 해서 '엄지족'이라는 말도 새롭게 붙여진 이름이다.
필자는 여기에다 기념을 뜻하는 '메모리얼'의 첫 글자 M을 따서 'M세대'라는 이름을 하나 더 붙여 주고 싶다. 요즘 세대들이 마치 우리 조상들이 일년 열 두 달 지켜온 세시풍속처럼,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14일마다 그들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기념일들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의귀에도 익숙해진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가 있는가 하면, 블랙데이니 포토데이니 하는 것들도 있다. 고 3 수험생들 사이에는 입시 전 100일째 되는 날에는백일제, 88일 전은 8땡일, 77일을 남기고는 합격을 위해 여자친구와 키스를 한다는 77키스일도 있다.
또 매년 11월 11일에는 '일'이라는 숫자가 네 번 겹친 날이라고 해서, 그 모양을 닮은 모 제과의 과자를 친구끼리 선물하는 이른바 빼빼로데이가 있는데, 특별히 11월은 이날만이 아니라 그 다음날인 12일은 칸쵸데이,13일은 가나초콜릿데이, 14일은 무비데이 등등 줄줄이 기념일을 만들어 지킨다.
순수한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야 각박한 세상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하지만 신세대들이 이성간의 사랑을 무슨 프로그램처럼 짜 맞추어 즐기는게 안타깝고, 해마다 특정과자 회사가 이런 기념일로 한해 수십억원씩 벌어들인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얄팍한 상술로 신세대들을 기념일 중독으로 내몰고 있는 기성세대들의 그릇된 상혼에 화가 치민다.
요즘 신세대들이 한글날이나 제헌절 같은 국경일은 고사하고, 부모나 선생님의 생일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국적불명의 기념일에는 며칠 전부터 북적대는 모습이 그렇게 곱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무조건 그들의 문화에 딴지나 걸고 싶은 기성세대의 심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기독교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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