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에요 불! 빨리 소방차 보내 주세요". "위치가 어딥니까? 조금만 침착하게 말씀해 주세요!"
22일 낮 12시30분쯤 대구 소방본부 119상황실. 진인동 갓바위 주차장 부근에서 산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긴장감이 높아졌다. 건조주의보와 산불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발생한 화재라 초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불이 자칫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
상황실 요원들은 데스크 무전기로 일선 소방파출소 및 관련기관에 상황을 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현장에 가까운 불로소방파출소에는 즉시 출동 지령을 내리고 소방본부 항공대 헬기 조종사에게도 출동 대기를 지시했다.
10여분 후 초기 진화에 성공했다는 현장 소방관들의 보고가 들어왔다. 요원들이 일제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돌아 앉기도 전에 두류동 한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도착했다. 좀 전과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119 상황실은 이렇게 화재·구조 신고 접수에서 소방차·구급차 출동까지 모든 활동을 지휘하는 센터. 2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24명의 대원들은 1분1초를 다투는 긴박한 순간들을 하루에만 100회 이상 맞는다고 했다.
지난 7월 재난사고 신고 일원화 조치 이후엔 환경·가스·전기사고 신고까지 119로 통합돼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손경헌 상황실장은 "22일 하루 동안 접수된 화재·구조·구급 신고는 무려 1천500여건에 달한다"며 "해마다 신고 건수가 느는 데다 사후 조치도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매순간 극도의 집중을 요하는 특성 때문에 상황실 근무는 긴장·스트레스를 안고 산다는 소방관들 사이에서도 근무 기피처. 사고가 동시 다발해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야간엔 취객들의 황당한 신고가 마음을 상하게 할 때도 많다고 했다.
택시요금이 없다며 터무니없이 욕설을 해댄 뒤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전화도 하루 수십통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재헌(42) 소방사는 "상황실 근무 초기엔 불만이 가득 쌓였으나 어느날 새벽 사고로 손가락을 끊긴 어린이를 구조하기 위해 구급차를 출동시키고 전문의를 찾아 온갖 어려움 끝에 봉합수술을 성공시켰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내 가슴으로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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