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저항시로 민족사에 빛나는 이육사(李陸史, 1904~44)는 일제 강점기에 앎과 행동이 일치했던 지식인이자 독립운동가요, 빼어난 시인이다. 그는 1925년 항일투쟁 단체인 의열단에 참여한 이래 마흔의 나이로 중국 베이징에서 옥사할 때까지 고향인 안동을 떠나 중국을 떠돌며 옥고와 빈궁의 와중에서도 오직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염원하는 지절(志節)로 일관했었다. 본명이 이활(李活)이었으나 1927년 독립운동에 연루돼 처음 투옥됐을 때의 죄수 번호가 264여서 그 발음에 '땅의 역사(陸史)'라는 뜻을 붙여 개명한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청포도' '광야' '절정' 등 지금까지 알려진 29편의 시에서 민족 저항, 실향의식과 비애, 초인의지와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 등을 빼어나게 노래해 우리 문학사에 빛나는 그의 유고시 3편이 최근 재발굴됐다 한다. 1949년 4월 4일자 '주간 서울' 33호에 실린 '산' '화제(畵題)' '잃어진 고향(故鄕)'은 여태 그의 시집·시전집들에 빠져 있던 작품들로 친필 일부가 담겨 있어 그 의미가 증폭된다.
▲'제비야/너도 고향이 있느냐//그래도 강남을 간다니/저노픈 재우에 힌구름 한쪼각//제깃에 무드면/두 날개가 촉촉이 젓겠구나//가다가 푸른숲우를 지나거든/홧홧한 네 가슴을 식혀나가렴//불행이 사막에 떠러져 타죽어도/아이서려야 않겠지//그야한때 나라도 홀로 높고 빨라/어느때나 외로운 넋이였거니//그곳에 푸른 하늘이 열리면/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법하이'. 인용한 시는 '잃어진 고향' 원문으로 잃어버린 고향을 제비에 빗대 그리움과 지고한 정신을 펴 보이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기도 한 '청포도' 계열의 이 시와 달리 고향을 떠나 쫓겨다니는 역정을 드러내고 있는 '산'은 고달픈 삶에 대한 회한을 토로하면서도 '그래도 어진 태양과 밤이면 뭇 별들이/발아래 깃들여' 온다는 희망의 전언을 길어올리고 있는가 하면, 나라를 잃은 비애를 비통하게 절규하고 있다. 또한 그림을 보고 착상한 듯한 '화제'는 도시의 건물들을 조기(弔旗)로 바라보는 등 그의 시로서는 특이한 발상과 형식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동생 이원조(문학평론가)가 제공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조카 이동영)되는 이번 재발굴 작품들은 그의 항일 저항과 향수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어 문학평론가 권영민(서울대 인문대 학장)씨의 평가대로 그의 시 세계는 물론 우리 시문학사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그의 꿈과 절망,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의 노래들은 날이 갈수록 흐려져 가고 있는 민족의식을 되짚어보게 하는 귀감과 교훈이 돼야 하리라는 생각도 새삼 해보게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