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라이프-대구녹색소비자연대

입력 2002-11-22 14:00:00

'인간과 환경, 생태를 생각하는 합리적 소비'.대구녹색소비자연대의 모토다. 지난 1996년 10월 출범 이후 지속가능한 소비에 초점을 맞춰 그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통해 친인간적, 친환경적 소비를 유도하고 소비 행위에 대한 소비자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앞장 서고 있는 시민단체다.

지난 17일 오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휴일을 맞아 3천여명의 인라인 스케이터들이 운집했다. 이날 행사는 녹소연과 대구인라인동호회연합회가 함께 주최한 '세계 차없는날기념 인라인대행진'. 직장인과 학생, 주부 등 참가자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도심 20km 구간을 활기찬 모습으로 질주했다.

이날은 인라인스케이트라는 대안적 교통수단의 중요성을 제시한 장이자 교통에너지 절약을 통한 녹색교통을 꿈꾸는 소비자들의 날이었다.

대구는 '인라인 도시'로 손꼽힌다. 인라인스케이트 인구가 많고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 이처럼 인라인이 대중화되기까지 대구녹색소비자연대의 공로가 컸다. 지난 99년부터 인라인의 대중화를 위해 꾸준하게 캠페인 활동을 펼치는 한편 인라인스쿨을 통해 안전한 인라인을 가르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왔다. 녹소연 인라인스쿨 강습에 참여한 인구만도 연 1천500명 정도.

녹소연은 레포츠로서의 인라인이 아니라 녹색교통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인라인의 중요성에 무엇보다 주목했다. 인라인이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소비자운동 차원으로 확산시키는게 그 목적. 이를 위해 사무국 실무자들이 해외 견학을 다녀오는 등 인라인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해오고 있다.

독일 뮌헨의 사례는 녹소연 녹색교통운동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매주 월요일 뮌헨에는 인라인대행진이 펼쳐진다. 참가인원만도 6만명. 올해로 4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인라인대행진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배경에는 시민단체 '그린시티'의 노력이 깔려 있다.

도입 초기 행정당국과의 마찰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라인대행진을 보기위해 뮌헨을 찾는 관광객이 상당할 정도로 정착단계에 있다. 매주 금요일 밤 수천명의 인라인스케이터들이 참여하는 프랑스 파리도 마찬가지.

'공해없는 도시' '에너지를 쓰지 않는 밤'과 같은 플래카드가 도심 곳곳을 수놓을 정도로 인라인을 통한 녹색소비 물결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것이 인라인 운동의 현주소다.

이같은 사례에서 벤치마킹해 녹소연은 최근 인라인출퇴근운동본부도 개설해 인라인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도시환경조성을 위해 시 행정당국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등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인라인에 대한 시 행정당국의 반응은 아직까지 미온적. 정현수 사무국장은 "교통혼잡과 인라인의 위험성 등을 들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을 통해 녹색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녹소연의 활동은 주말 자동차없는 동성로 만들기, 무동력 교통수단 활성화 등 녹색교통운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안전한 먹을거리학교와 가정내 유해화학물질줄이기운동, 에너지절약백만가구운동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소비자 상담과 소비환경개선 모니터링 등 녹색소비자권리찾기 캠페인에도 힘을 쏟고 있다.

친환경 세제류, 먹을거리, 문구류 등을 판매하는 에코(eco)샵과 생활협동조합, 소비자권리센터, 녹색살림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고, 녹소연 산하 실천적 모임인 '직장인 인라인동호회 AIR2030'을 비롯 '안전한 먹거리 어머니 모임' '생명의 거리를 꿈꾸는 어머니 모임' '녹색여가모임' 등 소모임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 정보와 회원들의 이같은 활동상은 대구지속가능개발네트워크와 공동 발행하는 메일 매거진 '씨앗'을 통해 매달 두차례 회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1천여명 회원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힘에 의해 조직되고 운영되고 있는 회원운동체라고 소개한 유두련 이사장(대구가톨릭대 생활환경학전공 교수)은 "건전한 소비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식 계발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 소비자연대의 목적"이라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느끼고 참여할 수 있는 활동에 우선적으로 접근해가는 한편 활동영역별로 전문인력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실천적 노력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구 삼덕동 동부교회 뒤편 골목에 자리잡은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실. 가정집을 개조해 아담하게 꾸민 이 보금자리에는 '조금씩 적게' 녹색소비자연대의 철학을 실천해나가는 사람들, 녹색사회와 녹색환경을 꿈꾸는 사람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